[뒤끝작렬] 짧은 치마가 뭐길래…'교복맘'된 '앵그리맘'

제작발표회 40분간 교복 이야기로 주객 전도…작품과 배우는 객체로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의 배우 오윤아와 김희선.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 제작발표회의 화제는 단연 교복이었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배우 김희선, 김유정, 오윤아 등 세대가 다른 여배우들의 패션에 교복이 빠질 수 없었기 때문.

특히 무릎 위로 껑충 올라오는 교복 치마의 길이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

왕년에 일진이었던 억척 엄마 조강자 역의 김희선은 극중 착용한 교복에 대해 "물건을 줍는데 치마가 너무 짧았다. 속바지를 입었는데 그게 바깥으로 나올 정도로 짧았다. 블라우스도 속옷을 많이 입으면 단추가 안 잠길 정도로 타이트하다"고 털어놓았다.

엄마 입장에서 짧은 교복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엄마 마음으로는 치마도 길게하고, 블라우스도 넉넉하게 하고 싶다. (경각심을 주기 위해) 여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앉으면 교단에 서서 속이 보이는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린 배우들 역시 교복 이야기에 동참했다.

교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홍상태 역 비원에이포(B1A4) 바로는 '남자 교복도 스키니핏이 아니냐'는 김희선의 물음에 "그건 아니다. 그런데 허벅지가 두꺼워서 저도 조이더라"고 답했다.

조강자의 시크하고 영리한 딸 오아란 역을 맡은 배우 김유정은 "엄마(김희선)가 교복이 짧다고 했는데 짧은 편이다. 저는 짧은 교복을 좋아하지 않아서 평소 입고 다니는 교복이 무릎 밑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교복을 받았을 때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교복은 캐스팅 과정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연출을 맡은 최병길 PD는 "도회적 이미지의 김희선이 억척스러움을 표현할 때 어떨까, 생각했다"며 "짧은 교복을 입었을 때 고등학생 같느냐도 중요했다. 어머니면서 학교에 들어가는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가 한국에 몇 명이나 있을까 꼽아봤는데 진짜 너무 없더라"고 교복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김희선의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함께 교복을 입고 촬영한 김희선과 배우 오윤아는 서로의 교복 패션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오윤아는 조강자의 여고 동창 주애연 역을 연기한다.

김희선은 "학교 장면은 기대가 된다. 다들 학생이라 마음이 어려지고 젊어진다. 좋은 기운으로 같이 일하니까 정말 좋다"면서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오윤아는 "현장에서 저는 머리가 너무 떠서 이상했다. 그런데 언니는 여신이더라. 제가 훨씬 나이가 어린데 언니가 동안이라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옛날로 돌아가는 기분이라 즐겁고 행복하게 끝났다"고 김희선의 미모를 강조했다.

여기까지가 제작발표회에서 나온 교복 패션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모두 교복을 향한 취재진들의 열띤 질문이 만들어낸 결과다.

드라마에서 여배우들의 패션이 주목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범한 패션들도 그럴진대, 30대 여배우들의 교복 패션은 아무래도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약 40분 가량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교복 관련 질문만 주구장창 나온 것은 어딘가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다. 제작발표회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작품 전반을 소개하고 알리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질문들도 있었다. 문제는 '교복'이라는 가십성 주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질문들에 작품 이야기는 거의 나올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남자 주인공인 호구 선생 박노아 역의 배우 지현우에게는 거의 질문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교복 패션과는 관계가 없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취재진들 질문 위주로 진행된 자리였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할 것이 없다"면서 "전체적인 질문이 배우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촬영 에피소드나 팀워크 그리고 각자 캐릭터가 부각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배우들은 객체로 남았고, 이날 제작발표회의 진정한 주인공은 타이트하고 길이가 짧은 고등학교 교복이 됐다. 어디까지나 소품에 불과한 교복이 아닌, 작품과 제작진 그리고 배우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면 어땠을까. '교복맘'이 되어버린 '앵그리맘'에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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