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그들의 작품을 접하면서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공감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위로받고 있다.
그런 그들이 독일 민중 예술의 어머니라 불리는 케테 콜비츠(KÄTHE KOLLWITZ, 1867~1945)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다.
콜비츠는 20세기 동아시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준 서구 예술가로도 꼽힌다. ‘아Q정전’ 등을 쓴 중국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魯迅, 1881∼1936) 역시 콜비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1970~80년 민중을 외치던 소위 반독재 민주세력에게도 큰 울림을 줬다. 어떤 이들은 누구의 작품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콜비츠의 작품을 사용했다. 콜비츠 작품이 사용된 이유에는 작품 중심에 늘 노동자가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전시의 기획자인 소설가 서해성은 “노동자가 화폭의 중심인 경우는 종종 있지만, 모든 작품의 주인공이 노동자인 경우는 콜비츠가 유일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사회 참여적인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총 56점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일본 오키나와 사키마미미술관의 소장품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몇 차례 케테 콜비츠 전이 열렸지만 이렇게 많은 작품이 온 경우는 흔치 않았다.
전시는 1914년 1차 세계대전 발발을 기점으로 전쟁 이전과 이후의 작품 군으로 분류돼 있다.
전쟁 전에는 주로 노동자 계층의 고된 노동, 질병 가난과 같은 핍박의 삶을 표현했다. 전쟁 이후에는 아들의 전사라는 역사적, 개인적 경험으로 인해 가난, 죽음 모성과 같은 문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반전과 평화를 주제로 삼았다.
콜비츠의 작품은 세밀하게 볼수록 좋다. 선 하나하나의 강렬한 힘이 느낄 수 있기에. 하지만 그런 기술적인 것을 꼭 염두하지 않아도 좋다. 작품 그 자체가 주는 메시지에 숙연해질 테니. 전시는 4월 19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