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량 '번호세탁' 20명, 보험사기로 13억원 편취

전손처리된 중고 외제차량을 저가에 구입해 차량번호를 바꾼 뒤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가로챈 사기범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A씨는 사고난 재규어 차량을 218만원에 구입해 차량번호를 변경한 뒤 차량가액 4천만원의 자차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A씨는 2009년 8월부터 2년여 간 10차례 고의사고를 내거나 세차례 자차 단독사고를 내고 수리비 명목으로 1억 2,700만원을 편취했다.

전손 외제차량 보험사기에 이용된 차량 (금감원 제공)
A씨는 차량가액의 3배가 되는 보험금을 미수선수리비로 수령했다. 보험으로 사고차량을 수리하는 대신 예상되는 수리비를 보험회사에서 현금으로 받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5년간 전손처리된 외제차량 중 차량번호가 변경된 차량의 사고이력과 보험가입내역을 조사해 A씨 등 보험사기 혐의자 20명을 적발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전손 외제차량 13대를 저가에 구입해 117건의 고의사고를 내고 13억원의 보험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금 1억원 이상이 4명, 5천만원 이상 8명, 5천만원 미만이 8명이다. 1인당 평균 고의 사고 건수는 5.8건이었다.

총 117건의 사고 보험금 대부분이 차량수리비로 지급됐다. 차량 구매가격의 6.2배, 자차보험가입 차량가액의 2.4배가 차량수리비로 나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가담자 중 일부는 정비업체 관계자거나 중고차 딜러와 연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보험사기는 차량번호를 바꾸는 이른바 ‘번호세탁’을 통해 사고이력을 알 수 없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보험회사의 일부 미수선수리비 형태의 보험금 지급관행과 자동차보험 가입이 차대번호가 아닌 차량번호를 통해 이뤄지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보상직원의 현장입회 과정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지급하던 미수선수리비 지급관행을 개선토록 했다.

현재의 차량번호 입력만으로 해당 차량의 과거 자동차사고 이력정보 전체를 원스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조만간 시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 20명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향후 수사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보험사기 취약분야인 중고 외제차를 이용한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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