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영환이 빚어낸 '곡선과 직선의 미학'

'오늘 해결사는 너, 김영환이다' LG 김영환(오른쪽)이 24일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를 이끈 뒤 문태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창원=KBL)
LG 김영환(31 · 195cm)이 팀을 벼랑에서 구해냈다. 위기의 4쿼터 투혼을 발휘하며 주장의 역할을 다해냈다.

김영환은 24일 경남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값진 18점을 쓸어담으며 84-79 승리를 이끌었다. 1승2패로 한번만 더 졌다면 탈락이 확정되는 경기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4쿼터에 진가를 발휘했다. 3쿼터까지 7점을 넣은 김영환은 승부처였던 4쿼터에만 11점을 쏟아부었다. 이날 양 팀을 통틀어 4쿼터 최다 득점이었다.

무엇보다 4쿼터 김영환의 3점슛이 압권이었다. 56-54로 쫓긴 1분49초께 정면에서 3점슛을 꽂은 김영환은 76-71로 앞선 종료 1분55초 전 이번에는 왼쪽 사이드에서 다시금 불을 뿜었다. 79-71, 8점 차로 앞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쐐기 3점포였다. 딸 채은이(4)가 보는 앞에서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인 순간이었다.

이날 김영환이 던진 3점슛 3개는 모두 림에 빨려들어갔다. 자유투 5개 역시 놓치지 않았고, 2점슛도 3개 중 2개를 넣었다. 이날 김영환의 손끝에서 날아간 11개 중 무려 10개의 슛이 림을 가른 것. 90.9%의 고감도 슛이었다.


김영환의 3점슛은 포물선이 높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직선으로 맹렬하게 날아가는 게 아니라 온전한 반원, 아니 그 이상의 곡선을 그리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림에는 거의 수직으로 꽂혀 상대에게는 섬뜩, 더 큰 충격을 안긴다. 김영환의 곡선포는 오리온스 허일영과 함께 리그 최고 높이를 다툰다.

'곡선의 시작' LG 김영환이 지난 20일 모비스와 4강 PO 2차전에서 3점슛을 시도하는 모습.(자료사진=KBL)
김영환은 포물선만 있는게 아니었다. 그에 못지 않은 '직선의 미학'도 선보였다. 곡선의 우아함은 없었으나 직선만의 다급함이 주는 짜릿함은 어쩌면 그 이상이었다.

67-64로 쫓긴 종료 5분11초 전 김영환은 속공 골밑슛 상황에서 속임 동작으로 상대 수비들을 제쳤다. 양동근이 먼저 뛰면서 물러났고, 이후 김영환이 재차 페이크로 송창용의 점프를 유도한 뒤 솟구쳐 올라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직선으로 뛰어올랐으되 수직보다는 송창용 쪽으로의 사선은 파울까지 유도해내 천금의 3점 플레이가 됐다.

종료 직전에도 김영환이 그린 직선이 돋보였다. 81-76으로 쫓긴 종료 21.8초 전. 김영환은 경합 중에 공을 따냈다. 그러나 무게 중심이 쏠려 공과 함께 몸이 라인 밖으로 흐를 상황이었다.

이에 김영환은 점프를 하면서 앞에 있던 상대 양동근을 공으로 맞췄다. 자로 잰 듯 급하게 뻗은 직선은 양동근의 다리를 맞고 아웃됐다. LG의 공격권을 가져온, 침착함과 재치로 그려낸 천금의 직선이었다.

이날 김영환은 농구에서 나올 수 있는 곡선과 직선의 미학을 한껏 구현해낸 수학자였다. 최고 외국 선수 데이본 제퍼슨이 없는 가운데 LG가 최강 모비스와 대등하게 맞선 데는 김영환의 마술 같은 손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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