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발권력'까지… 공은 '정부'로

중앙은행으로서 경기부양 수단 모두 동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자료사진)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섰다.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은 기준금리와 발권력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1.75%로 낮춘데 이어 26일에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5조원 늘렸다. 이미 시중에 풀린 15조원을 더하면 총 20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의 금리도 현행 연 1%에서 0.75%로 내렸다.

◇ 경기부양 핵심 수단 모두 동원

기준금리 인하는 모든 경제주체에 일률적으로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효과도 큰 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다.

반면 금융중개지원대출은 발권력을 가진 한은이 돈을 찍어 자금을 공급하는 것으로, 지원대상을 중소기업 등으로 특화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금처럼 시중 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사업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낮은 신용도와 담보력 부족으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실물경제활동을 지원할 유동성은 넉넉하다고 판단된다"며 "그러나 '돈맥경화'라는 말처럼 중소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은 실제 수요는 있어도 자금 변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설비투자와 기술기반의 사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에 배려가 필요해 금융중개지원 한도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은행의 여수신 금리가 하락하는 등 파급효과가 전달되고 있지만 실물부문의 구조적 문제와 글로벌 요인 등으로 여전히 제약이 있어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1년 한시적으로 이 제도를 실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해 자금이 꼭 필요하지만 조달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바로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박종민 기자)
◇ 정부로 넘어간 공

한은은 가계부채 악화 등의 부작용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내렸다. 금융중개지원대출도 20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은은 중앙은행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수단을 모두 동원한 것.

금리인하와 관련해 우리 경제가 글로벌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냐는 반문과 함께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정부가 정작 중요한 구조 개혁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뒷전으로 미루고 손쉽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기준금리인하를 압박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구나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처럼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또 다른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걱정도 제기된다.

한은 관계자들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란 표현으로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을 대신한다.

또 중소기업 지원은 정부가 재정으로 해야 할 몫인데도 한은이 금융중개지원제도를 이용해 발권력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한은은 발권력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고, 정부재정이 어렵다고 발권을 동원해 대신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현재 상황에서 성장세 회복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을 나름대로 판단해 금통위 의결을 거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 금통위 등에서 기준금리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한은은 올 들어 호전될 것으로 보았던 경기가 당초 예상 경로를 크게 벗어났다며 시장예상과 달리 금리를 인하했다.

어쨌든, 한은은 중앙정부로서 경기회복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을 거의 모두 동원한 만큼 공은 정부로 넘어갔고, 그 핵심은 우리경제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구조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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