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 진중권, 그가 영화를 읽는 법

개봉작 '소셜포비아' '리바이어던' 관객과의 대화로 엿본 미학자의 시선

지난 20일 서울 신사동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영화 '리바이어던'에 대한 관객과의 대화에서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영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오드 제공)
논객으로 유명하지만 스스로 "본업은 미학자"라고 수시로 강조하는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영화를 읽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


진 교수는 12일 개봉한 변요한 주연의 한국 영화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 제작 카파필름즈)를 일반 관객들과 함께 본 뒤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소셜포비아는 SNS에서 벌어진 마녀사냥 탓에 벌어진 한 사람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파헤쳐가는 추적극이다.

진 교수는 22일 서울 신사동 CGV압구정점에서 열린 소셜포비아 시네마 톡 행사에 홍석재 감독 등과 함께 참석해, 이 영화의 소재가 된 'SNS 마녀사냥' 'SNS 시대의 자화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진 교수는 '이 영화에서 왜 마녀사냥과 현피(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 싸움이나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 등 SNS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뤘는지'를 물었다.

홍 감독은 "SNS에 긍정적인 측면도 확실히 있지만 이 영화 속에 담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이 왜 여기에 목매는가' '왜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해 깊이 파고들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SNS가 특수한 문화 상황과 만나서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 인터넷은 구술 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 융성한다"며 "서양에서는 인터넷을 정보적 활용의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친교적 목적의 이용이 활발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 속에 군중 심리가 작용하고 왜곡된 정의 관념이 현피 현상을 가져오기도 한다"며 "대중의 심리에 게임이나 TV 쇼처럼 어떠한 역할을 맡고 싶어하는 주체적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진 교수는 20일 같은 곳에서 열린 러시아 영화 '리바이어던'(19일 개봉)을 두고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그는 철학, 종교 등을 접목시켜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진 교수는 "토마스 홉스는 개인이 국가에 의해 통제되는 상태를 리바이어던이라 불렀고, 성경의 욥기 이야기를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이 '리바이어던'이라는 토마스 홉스의 책을 매개로 해 러시아에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 '미하엘 콜하스'처럼 인간의 손으로 다시 정의를 수립하는 과정이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존주의적 비극을 그렸다는 점에서 '카프카'스러웠다"며 "인간의 존재·시스템 자체가 부조리하다고 이야기하는 실존주의적인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해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에 담긴 종교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패러디인 것 같다"며 "주인공 콜랴의 절망이 사회학적 절망이 아니라 신학적 절망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마지막으로 "보면 아시겠지만 아름다운 영화이고, 굉장히 튼튼한 구조들을 가졌다"며 "사회비판적인 해석뿐 아니라 실존주의적 해석까지 가능한 영화이니 주변에 많이들 권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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