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LG 무섭다, 그러나 모비스는 챔피언이다"

모비스, 3승2패로 챔피언결정전 선착

'챔피언 자존심 지켜야지' 모비스 주장 양동근이 26일 LG와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있다.(울산=KBL)
'2014-2015 KCC 프로농구' 모비스-LG의 4강 플레이오프(PO) 5차전이 열린 26일 울산 동천체육관.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이날 승리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고 진 팀은 시즌을 접어야 하는 벼랑 끝 승부였다.

경기 전 손가락에 테이프를 붙이던 모비스 주장 양동근(34 · 181cm)은 얼굴에 자못 비장함이 흘렀다. 정규리그 우승팀인 모비스는 에이스 데이본 제퍼슨이 퇴출된 4위 LG를 쉽게 잡을 듯 보였지만 예상 외로 고전을 하고 있던 터였다.

양동근은 "LG가 제퍼슨이 나가면서 국내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면서 "원래 기량이 좋은 선수들인데 정신력까지 갖춰져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지면 끝난다"면서 "반드시 승리해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LG를 누르고 우승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사실 양동근은 4차전에서 15점 4도움을 올렸지만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1차전(28점 5도움), 3차전(18점 6도움) 승리 때와는 달랐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우리가 진 2, 4차전에서 동근이가 지쳐서 패스도 원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오늘은 마지막 경기니까 어떻게든 해주겠지"라며 에이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본인의 작심과 유 감독의 기대 대로였다. 득점은 물론 노련한 경기 운영까지 팀의 심장과도 같은 양동근이 펄펄 뛰자 모비스도 신바람이 났다.


'시래, 절대 못 놓쳐!' 모비스 양동근(6번)이 26일 LG와 4강 PO 5차전에서 상대 김시래의 돌파를 수비하고 있다.(울산=KBL)
출발은 좋지 않았다. 모비스는 1쿼터 실책 3개를 범하며 다소 서두르는 기색을 보였다. 김시래가 7점을 넣은 LG에 끌려갔다. 다행히 2쿼터 막판 함지훈의 연속 득점과 도움,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블록슛 3개 등 골밑 우위로 17-18로 1쿼터를 마쳤다.

1쿼터 몸을 푼 양동근은 2쿼터 본격적으로 나섰다. 첫 공격에서 미들슛을 꽂아 19-18 역전을 이끌었고,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로 문태영의 추가 득점을 도왔다.

2분 45초께는 시간에 쫓겨 던진 정면 장거리 3점포까지 림을 가르며 24-18로 달아났다. 모비스는 라틀리프가 2쿼터만 8점 5리바운드를 올리며 35-26으로 앞선 채 전반을 마쳤다.

양동근의 활약은 3쿼터에도 이어졌다. 1분45초께 상대 가드 김시래를 압박해 가로채기한 뒤 레이업을 넣어 39-29로 점수를 벌렸다. 쿼터 막판에는 상대 수비의 허점을 노린 원맨 속공으로 파울 자유투를 얻어냈다. 3쿼터까지 56-44 리드를 이끈 선봉장이었다.

LG의 투혼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3점슛 4개가 빗나간 문태종이 3쿼터 연속 골밑 득점을 올렸고, 4분께는 양우섭이 모비스 공을 가로채 원 핸드 덩크를 꽂아 35-40까지 추격했다. 모비스는 그러나 양동근의 안정된 리드 속에 라틀리프와 함지훈, 문태영이 상대 골밑을 허물며 리드를 벌렸다.

'어딜 감히' 모비스 라틀리프(오른쪽)가 26일 4강전에서 LG 김시래의 슛을 블록하고 있다.(울산=KBL)
4쿼터도 양동근은 지치지 않았다. 1분20초께 아이라 클라크의 스크린 도움을 받아 미들슛으로 팀의 쿼터 첫 득점을 올렸다.

25초 뒤에는 질풍같은 돌파로 LG 수비진을 허문 뒤 레이업을 올려 클라크의 3점 플레이 골밑슛을 유도해냈다. 양동근은 곧바로 반격한 상대 김시래의 턴어라운드 스핀 무브 레이업까지 막아내 61-48, 13점 차 리드를 지켰다.

10점 차로 쫓긴 종료 4분11초 전에도 양동근은 정확한 미들슛으로 69-57, 리드를 유지해냈다. 결국 모비스는 양동근(16점 4리바운드 3도움)을 필두로 주전들의 활약을 앞세워 78-67 승리를 거뒀다. 라틀리프가 19점 12리바운드, 함지훈이 11점, 문태영이 10점 6리바운드 7도움을 올렸다.

3년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사상 첫 3연속이자 최다인 6번째 우승 도전 기회를 얻었다. 모비스는 27일 동부-전자랜드의 4강 PO 5차전 승자와 29일부터 7전4승제 챔프전을 치른다.

LG는 오리온스와 6강에 이어 모비스와 4강 PO까지 최종전까지 치르는 투혼을 보였지만 모비스를 넘기에는 힘이 달렸다. 김시래가 양 팀 최다 22점(4도움)을 올렸지만 문태종(14점)의 3점포 8개가 모두 빗나갔다. 애국가 스트레칭과 욕설 SNS 파문을 일으켜 퇴출된 제퍼슨 없이도 충분히 강팀의 진가를 보인 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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