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 9호선은 어디서부터 꼬였나?

(자료사진)
서울 지하철 9호선이 2단계 연장구간(종합운동장역-신논현역) 개통으로 강남과 김포공항을 38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보다 무려 27분이나 줄인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호선은 '축제 분위기' 대신 '걱정과 우려'속에서 개통을 맞았습니다. 이제 서울시와 교통 당국의 관심은 9호선 연장구간에서 오는 30일 월요일 아침 첫 출근길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출근 시간대 혼잡도가 일부구간(염창역~여의도역)에서 무려 237%에 달할 만큼 혼잡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연장구간의 승객이 탑승했을때 어떤 변화가 올지에 대한 걱정입니다.

9호선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걸까요? 민자사업을 할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9호선, 그 '10여년 역사'의 잘못된 만남을 추적해봅니다.


◇ 9호선 지옥철 원인은 "잘못된 수요예측, 민자사업자의 극단적 이윤추구"

9호선 문제는 우선 초기 잘못된 수요예측과 민자 사업자의 이윤추구를 위해 1편성당 4량이라는 초미니차량을 운영하도록 한데서 근본 원인이 제공됐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서울메트로나 도시철도에서 운행하는 전철은 최소 6량에서 8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은 달랑 4량에 불과하죠. 문제는 추가 증차를 한다 해도 최대 6량까지밖에 늘릴 수 없는데요, 이는 승강장 자체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초기 건설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당연히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늘리고자 하는 민자사업자의 자연스러운 '이윤추구 행위'가 시설 최소화로 나타난 겁니다. 영업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는 통행로 등 부대시설의 면적은 넓지만 정작 교통수단으로서 가장 중요한 승강장의 규모는 작습니다.

이처럼 9호선 사업은 민자 투자자의 이윤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숙명'을 안고 출발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기획재정부와 서울시는 예측 교통수요를 고무줄처럼 줄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과다 교통수요를 예상했는데 실제 승객수가 적으면 재정으로 '보조금'을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이죠.

아래 <표1>을 보시죠. 9호선 1단계 구간 건설기본계획을 세우는 단계였던 2000년 7월 <교통수요 예측조사>에 따르면 2009년 1단계 운영 시 승객수는 37만 3,867명으로 예측됐습니다.

<표1> 2000.7. 도시철도 9호선 1단계 구간 건설기본계획
보시는 것처럼 이때 예측수요는 실제로 2014년 1일 평균 승객 38만 4천여명과 거의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4년 뒤인 2004년 2월 서울연구원이 다시 추산한 2009년의 교통수요는 31만 2천여명으로 줄어듭니다. <표2>에서 보시는 것처럼 2000년 7월보다 예측 승객수가 많이 줄어 있습니다.

<표2> 2004.2. 1단계 구간 교통수요 협상보고서
이런 상황에서 맥쿼리는 2005년 5월쯤 9호선 투자자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기획재정부와 본격적인 재정보전 등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죠. 아시는 것처럼 민자사업은 사업자가 비용에 비해 이윤을 많이 남기면 대부분을 가져가고 비용보다 이윤이 적어 '적자'를 보면 재정으로 보전받는 '알짜 사업'입니다.

당시 기재부는 "다시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하겠다"며 한국교통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합니다. 2005년 8월에 <9호선 2단계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이뤄진 예측수요가 아래의 <표3>입니다.

<표3> 2005.8. 9호선 2단계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시죠. 여기서는 2014년도에 승객수가 24만여명으로 예측돼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1일 승객수 38만여명보다 무려 14만명이나 적게 추산됐습니다. 이 예측수요 조사 결과에 따라 지하철 9호선은 사업비가 결정되고 실제 사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렇듯 교통수요 예측조사가 고무줄처럼 엉터리로 예측된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습니다.

2005년을 전후해 인천시가 추진하는 '월미도 경전철' 사업과 경상남도의 '김해시 경전철' 사업 등에서 승객과다 수요예측으로 인한 정부 보조금의 과다지출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습니다. 정부가 "지자체가 추진하는 민자사업에서 적정한 수요관리를 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선 계기가 됐지요.

이런 흐름은 9호선 사업으로 그대로 반영됩니다. 9호선 건설사업에서도 과다 수요예측으로 인한 무리한 사업 추진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교통수요를 추계해버린 겁니다.

◇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의 '열차증차 예산'을 둘러싼 기싸움으로 시간 허비

그러나 이런 잘못된 수요예측과 민자사업자의 이윤 극대화에도 불구하고 2015년 3월에 실제 벌어지는 '9호선 지옥철 현상'은 근본적 처방이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바로잡을 기회는 있었습니다.

서울시는 9호선 1단계 노선을 한창 운영하던 2012년경 당초 예상보다 많은 승객수로 인해 9호선의 '혼잡현상'이 매우 심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합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3년도 예산편성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에 '열차 증차'를 위해 국비 예산편성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정부가 재정을 보전해주지만, 운영에 들어가면 추가수요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며 국고지원을 봉쇄해버렸습니다. 서울시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지요.

서울시는 기재부가 예산지원을 완강하게 버티자 열차 증차를 포기해 버립니다. 이때라도 서울시가 자체예산으로 몇 량이라도 열차를 발주했다면 크게 도움이 됐을 텐데 서울시는 국고지원사업을 시예산으로 대체하면 다른 국고사업도 시(市)가 모두 '덤터기'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는 '소아적 판단'을 한 겁니다.

지하철 9호선 '지옥철 흑막사'는 지난 10여년 간 공공사업에서 민자투자의 문제와 함께 <미래는 볼 필요가 없다>는 관료들의 단견이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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