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급식 D-1" 경남 학부모·교사·농민 불만 '폭발'

급식비 납부 거부, 등교거부, 교사 단식 투쟁, 친환경 농산물 계약 농민들 날벼락

유상급식을 하루 앞두고 경남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발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모인 학부모들을 비롯해 교사, 농민들까지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자발적 학부모 모임 1만명 육박 "우리가 왜 종북이냐"

31일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SNS <네이버 밴드>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무상급식 관련 소식들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현재 도내 거의 모든 시군에서 밴드 모임이 활성화돼 가입자 수만 9천명 가까이 되는데, 확인되지 않은 곳을 포함하면 더 많을 것으로 운동본부 측은 밝혔다.

가장 먼저 모임을 만든 양산시 1천800여명을 비롯해 통영시 900여명, 사천시 800여명, 김해시 700여명, 함안군 400여명, 거제시 300여명 등으로 대부분 시군에서 모임이 만들어져 있다.

창원시에서도 옛 창원과 진해, 마산 지역별로 모인 밴드 가입자 수가 2천명 가까이 되고, 다음달 3일에는 창원급식운동본부가 창립될 예정이다.

이들 모임에서는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며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고, 1인 시위와 선전전, 시군의회 의장 면담 등을 적극 펼치고 있다.

또, 매주 수요일을 집중행동 기간으로 정해 모든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특히, 경남도가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운동본부 인사들을 "종북세력을 포함한 반사회적 정치집단'이라 규정하면서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밥을 중단한 것을 바로 잡자고 자발적으로 나섰는데, 종북세력이라니 기가 찬다"며 "학부모들은 여야도, 종북세력에도 휘둘리는 바보들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이에 양산 지역 학부모들은 오는 2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도지사 규탄 집회를 열 계획이다.

앞서 양산 학부모들은 30일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어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양산시가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 추진에 과도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지난 주말에는 휴대전화 메시지나 아파트 단지 내 방송 등을 통한 사업 신청을 독력하는 행위가 대거 이뤄졌다고 이들은 비판했다.

◇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 번지나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해 지난 20일 도내 처음으로 등교거부를 했던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금요일인 다음달 3일과 10일에도 등교거부에 나선다.

이후 등교거부는 학부모 회의를 통해 결정할 방침이다.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도 소득 수준이 낮은 군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현재 하동 지역 쌍계초와 묵계초, 적량초, 고전초 등 4곳과 함양 백전초 등 5곳에서 급식비 납부를 거부하겠다고 지역 교육청에 알려왔다.

그러나 하동 지역의 경우 급식비 납부를 거부하자는 연대 움직임이 일고 있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른 군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이 확산되면 한정된 예산을 가진 교육청으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유상급식 대상자 21만 9천여명 가운데 10%인 2만여 명만 급식비를 안내도 연간 100억 원 가까운 부담을 떠안게 된다.

◇ "가만히 있을 수 없다"...교사들도 단식 식판 투쟁


일선 교사들도 무상급식을 촉구하는 교사 선언을 하는 등 집단 투쟁에 나선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1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이와 같은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연다.

이번 선언에는 도내 1천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선언문에는 "우리 교사들은 국가가 책임쳐야 할 의무사항인 급식을 가지고 대권도전 등 정치적 야욕을 앞세운 홍준표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무상급식을 아이들에게 되돌려 놔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친환경 무상급식은 단순히 아이들의 밥 한끼를 공짜로 먹이자는 정책이 아닌,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이 건강권과 인권, 교육권을 보장하며 OECD 국가 중 복지수준이 꼴찌인 대한민국의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가는 길목을 터준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민자녀 교육지원 조례를 당장 철회하고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인한 학교 현장의 파행들을 도민들에게 공개해 모든 책임을 홍준표 도지사와 도의회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유상급식 첫 날인 1일 중식 단식 투쟁에 나선다.

전교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무상급식을 지키고 싶은 교사들의 마음을 모은 문구를 식판에 적고 단식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중식 단식 투쟁도 도내 600여명의 교사가 각 일선 학교에서 참여한다.

신종규 신방초 교사는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과의 인터뷰에서 "경상남도 행정이 온통 무상급식 논란에 휩싸여 있다"며 "결코 이런 논란이 경남도민이나 도지사님께 무슨 도움이 되는지 되묻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인 노림수 때문에 무상급식을 제기했다면, 교육 당사자들과 경남도민께 결코 해서는 안될 일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 친환경 농산물 직격탄 맞은 농민들도 "뿔났다"

무상급식 중단으로 친환경 농산물 계약 재배 농민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학교들이 급식 단가를 낮추기 위해 친환경 식자재 대신 일반 식자재로 대체하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합천군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합천생산자영농조합법인'이 꾸려져 관내 25개 모든 학교와 계약을 맺어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4월 유상급식을 앞두고 3월에만 25개 학교 중 19개 학교가 계약을 포기했다.

합천군 뿐만 아니라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이 실시된 거창군 등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를 학교에 납품해 오던 수많은 농민들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합천군 친환경 재배 농민인 정미영 씨는 "합천같은 경우는 친환경으로 재배한 굉장히 잘먹던 아이들이 일반 농산물로 밖에 먹을 수 없는 현실이 돼 버린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도 1일 경남도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연 뒤 항의 서한을 홍준표 지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하원오 의장은 "합천군과 거창군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해서 직매장과 물류창고 등을 다 지어놓고 거기에 맞춰 농사를 지어오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며 "하루 아침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농민들은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굉장히 허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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