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코리아' 도로공사 니콜은 울고, 또 울었다

"한국 잘 있어요." 도로공사 니콜이 처음이자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자료사진=KOVO)
IBK기업은행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동안 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니콜은 허리를 숙이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선수들이 어깨를 다독이고 통역이 달래봤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니콜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 없다. 아버지 로버트 포셋은 주한미군 출신으로 평택에서 근무했다. 2012년 처음 한국땅을 밟은 니콜은 도로공사에서만 3년을 뛰었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성격도 좋았다. 몇몇 구단이 외국인 선수의 돌출 행동과 거만한 자세로 고생했지만, 도로공사는 달랐다. 니콜은 선수들과 허물 없이 어울렸고, 한국 음식도 즐겼다. 그동안 숱한 외국인 선수와 호흡을 맞췄던 세터 이효희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리고 니콜은 정규리그에서 맹활약했다. 니콜의 활약 덕분에 도로공사는 V-리그 원년인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정상에 올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V-리그 출범 후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는 도로공사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니콜에게는 한국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이었다.

바뀐 규정 때문이다. KOVO는 다음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으로 여자부 외국인 선수를 뽑기로 했다. 참가 기준은 만 21~25세 대학졸업예정자와 해외리그 경력 3년 이하로 제한됐다. 니콜은 나이 제한에 걸려 트라이아웃에도 참가할 수 없다. 한국과 이별이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뛰었다. 리시브가 흔들리는 가운데 어려운 토스가 올라와도 인상을 찡그리는 경우가 없었다. 1~3차전에서 홀로 79점을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바꾸지 못했다. 기업은행 데스티니가 니콜과 맞섰고, 김희진, 박정아가 도로공사 국내 선수들을 압도했다. 도로공사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2차전에서 한 세트를 뺏은 것이 전부였다.

니콜의 챔피언결정전은 그렇게 끝났고, 니콜은 눈물과 함께 제2의 고향인 한국과 이별했다. 더 이상 V-리그에서 니콜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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