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우승에는 '받고 막는' 채선아-김유리 있었다

"우리도 우승 주역이예요." 채선아(왼쪽)와 김유리가 말 그대로 받고, 막으면서 기업은행 우승에 힘을 보탰다. (자료사진=KOVO)
배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포지션은 역시 때리는 포지션이다. 올리는 포지션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가장 스포트라이트와 거리가 먼 포지션은 바로 받는 포지션. 그리고 막는 포지션이다.

감독들은 항상 기본을 강조한다. 바로 리시브다.

리시브가 정확해야 계획대로 경기가 흘러간다. 기업은행이 데스티니와 박정아, 김희진을 고루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리시브 덕분이었다.

리시브는 채선아의 몫이었다.

채선아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무려 1156개의 서브를 받았다. 두 번째로 많은 서브를 받은 김주하(현대건설)보다 300개 이상 많으니 압도적인 수치다. 시즌 초반 흔들리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코트 위를 지켰다.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의 키 플레이어답게 현대건설, 도로공사의 서브를 세터 김사니에게 정확히 배달했다. 이정철 감독이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이 은퇴하면 채선아에게 리베로를 맡길 계획을 세울 정도로 완벽한 수비였다.

이정철 감독도 "가장 발전한 선수는 사실 채선아다. 올 시즌 초반 많이 흔들렸는데 뚝심과 배짱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향후 적절한 시기에 리베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본인과 이야기도 했는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특수 포지션에서 수비만 잘 하면 장수할 수 있다. 잘 생각해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채선아가 받아줬다면 센터 김유리는 막아줬다.

사실 김유리는 V-리그가 아닌 실업 양산시청에서 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이 직접 연락을 해 마음을 바꿔놓았고, 지난해 12월 시즌 도중 합류해 기업은행 우승에 힘을 보탰다. 기록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운데를 지켰다.

이정철 감독은 "내가 운이 좋은 게 김유리의 합류가 한 건 했다"면서 "여러 팀에서 접촉을 한 걸로 안 다. 다른 팀 감독은 통화를 안 했는데 나는 통화를 했다. 끈질기게 문자를 주고 그런 덕분에 데려올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칭찬했다. 그만큼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의미였다. 결국 받고, 또 막는 선수들의 힘이 우승에 큰 보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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