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이제 4월은 슬픈 계절인가요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4월입니다.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남녘에는 벚꽃이 분분 날리고 있으니, 화신(花信)은 점점 북으로 올라오겠지요.

하지만 4월을 맞으며 이제는 마냥 설레이지만은 않는 것은 어찌된 일일까요.

행정자치부 기자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13층에서는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이 고스란히 내려다 보입니다.

광화문광장 끄트머리에는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천막이 둘러서 있고, 노란리본도 펄럭입니다.

그 건너 청계광장에는 보수단체들의 농성장도 그대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3백명이 넘는 생명이 숨진 세월호참사는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에는 아직도 9명이 갇혀있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세월호 참사의 책임당사자인 해양수산부에서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실행력을 갖춘 시행령이 만들어질리 만무합니다.


조사위원장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고, 견디다 못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 다시 청와대 앞으로 찾아가 절규같은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에게 어느새 '종북'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이후 여당내에서부터 슬금슬금 나오기 시작한 '종북'이라는 낱말은 마치 한지 위의 먹물처럼 번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세월호 참사를 이념논쟁의 수렁으로 끌어들이고 말았습니다.

'일베'라는 온라인 사이트 모임의 회원이라는 20대 젊은이들이 단식중인 유가족들 앞에서 짜장면을 밀어 넣는 납득 못할 짓을 벌이는가 하면, 서북청년단이라는 극우단체는 희생자들의 분향소에 난입해 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세월호 유가족들은 체제를 위협하는 '종북세력'이 된 걸까요.

지난해 뜨겁던 여름날,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자동차를 타고 가던 어떤 남자가 뭔가 거친 언사를 내뱉는 모습을 본 일이 있습니다.

단원고 희생자의 어머니로 보이던 그 유가족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그 거친 목소리를 향해 돌아서며 들고 있던 피켓을 들어보였습니다.

사람의 뒷모습에 저렇게 많은 감정이 실릴 수 있다는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 거친 언사에 반응하며 돌아선 그녀의 뒷모습에는 분노와 회한과 표현하기조차 힘든 슬픔이 한꺼번에 묻어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목련과 벚꽃, 신록과 훈풍이 연상되던 4월에 세월호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리에게도 불행하고 슬픈 일입니다.

내년 4월에는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우리는 내년 4월에 이 슬픔을 넘어서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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