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육감 "작은 학교 급식 중단될까 걱정, 참담하다"

"도의회 노력 기다려보겠다, 중재안 없다면 학부모 총회 열어 대응"

무상급식이 중단된 4월 첫 날,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참담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교육감은 1일 집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2만 명의 학생이 경제적 부담을 떠안는데 대해 교육감으로서 도의적인, 정치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이 자리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꿇어 앉아 있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이틀정도 잠을 못잤다"며 "'학원끊고 급식비 내면 안돼'냐는 여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런 부분을 어루만져 주지 못해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박 교육감은 창원 태봉고등학생이 홍준표 지사에게 보낸 편지를 인용하며 "홍 지사는 밥의 의미를 생명 연장과 영양소 공급 차원으로 해석해선 안된다"며 "일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해 밥을 먹듯이, 그 자체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학부모들의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에 따른 여파로 농어촌 소규모 학교들의 급식소가 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박 교육감은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저항이 급식비 납부 거부 운동으로 벌어지는 데 피해가 고스란히 교육청으로 온다는 점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설득과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다면 현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싸겠다고 하면 당장 50명 이하 소규모 학교들은 급식 운영이 힘들어져 다음주부터 급식소가 문을 닫는 상황이 속출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아이들이 굶는 일이 없도록 방치하지는 않겠다"며 "교사들보고 도시락을 두 세개 싸오라고 해서 같이 먹으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내에는 5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초중학교 184곳이 있다.

박 교육감은 그러면서 경남도의회의 중재 노력을 기다려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교육감은 "도의회가 중재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감지되고 있다"며 "의회가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 동안 어떤 입장을 내놓는 것은 의회에 대한 도리가 아니기 때문에 4월 임시회가 끝나는 21일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21일까지 어떤 중재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학교별, 시군별 학부모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친환경무상급식 운동본부 인사들을 "종북좌파"로 규정한 경남도의 입장에 대해 "당혹스러웠다. 홍 지사가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도 못해 귀를 의심했다"며 "아마도 부하직원들이 오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 홍준표 지사가 "욕을 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왜 학교 현장이 그런 (욕을 먹는) 대상이 돼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교육감은 "홍 지사가 처음에 감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제 양심이나 교육청에 대한 독립성을 봐서 경남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박 교육감은 "차라지 감사를 거부한 저를 형사고발 해줬으면 속이 시원하겠다"며 "문제가 있다면 제가 옷을 벗으면 되고, 아니라면 깨끗하게 밝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육감은 "확정교부금도 예상보다 130억 정도 줄어 교부됐고 편성하지 못한 누리과정이나, 10%나 깎인 학교운영비 등도 만회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절박하다"며 "아무리 뒤집고 털어봐도 이런 돈으로 급식비에 쓸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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