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원의 깨톡]이랜드가 깨어났다! 팬들이 움직인다!(하)

1년을 기다린 서울 이랜드 홈 개막전 체험한 팬 5명의 생생한 후기

K리그의 '막내' 서울 이랜드 FC가 지난 29일 역사적인 창단 첫 홈 개막전을 치렀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해 4월 창단 발표 이후 무려 1년 가까이 기다렸던 홈 개막전을 직접 경기장에서 지켜본 서울 이랜드 팬 5명과 만나 홈 개막전을 기다렸던 축구팬의 시선에서 개막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이랜드와 FC안양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라운드가 끝난 뒤 반형진(32세), 홍성일(25세), 정상희(23세), 김민호, 정윤제(이상 21세) 씨까지 총 5명의 서울 이랜드의 서포터와 만났습니다. 비록 적은 수였지만 각자 서울 이랜드를 응원하게 된 서로 다른 이유 덕분에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총 2회에 걸쳐 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서울 이랜드 FC와 마틴 레니 감독은 창단 2년 안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1부리그 승격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공유했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이제 경기력과 관련된 부분으로 주제를 바꿔볼게요. 창단 첫 경기에서 K리그 챌린지의 강 팀인 FC안양과 무승부를 거뒀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정윤제(남) – 사실 신생팀이고 훈련도 8주밖에 하지 않아 경기력이 좋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경기를 보면서도 계속 걱정은 됐어요. 그래도 상대가 안양이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나쁘지 않았죠.

정상희(여) – 선수들을 얼마나 이기고 싶었을까요. 1-1로 비겼지만 경기가 끝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 고마웠어요.

홍성일(남) – 첫 경기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안양을 상대로 1-1 무승부면 만족할 수준이죠.


Q. 서울 이랜드 FC는 창단 2년 안에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고, 3년 이내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등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팬들은 구단의 목표가 얼마나 실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세요?

반형진(남) – 사실 저는 당장 승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쓴 돈이 있으니까 무조건 승격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저는 승격을 하지 못해도 이 팀이 좋으니까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죠. 이랜드가 올 시즌만 경기하는 것 아니잖아요. 10년, 20년 이후에도 계속 있을 거잖아요. 지금은 이렇지만 나중에 달라질 수도 있겠죠.

정윤제(남) – 저도 꿈이 너무 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장 올 시즌 승격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아요. 승격하는 것도 좋지만 못해도 그만이죠. 우리는 그냥 서울 이랜드라는 팀을 좋아하는 것이니까요. 아마도 승격을 원하는 것은 구단일거에요. 엄청난 투자를 했으니까요. 하지만 선수들이 승격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고 매 경기 즐겁게 뛰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정상희(여) – 제 생각에는 이번 시즌에 승격한다고 해도 강등될 것 같아요. 승격을 하더라도 순위는 하위권이겠죠. 아직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조원희와 김재성, 김영광 만으로 승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조직력을 다져놓은 뒤에 앞으로 어느 선수가 오더라도 팀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모습을 만들고 나서 승격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올 시즌은 플레이오프만 가더라도 성공이라는 생각이에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관건이에요.

홍성일(남) – 아직까지 선수들의 몸 상태가 7, 80%라고 하더라고요. 앞으로 계속 좋아질 텐데 우리 팀이 승격을 하는 상상 만으로도 좋아요. 서울 이랜드는 기업구단이기 때문에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면 지금보다 선수 구성이 더 좋아지겠죠.

김민호(남)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만 봐도 리그 우승은 못해도 팬들은 한결같잖아요. 승격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팬들은 계속 기다릴 거에요. 충분히 승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팀이니까요. 저는 나중에 가족과도 경기장을 찾을 계획인데 그렇게 열성적으로 응원한다면 승격의 꿈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반형진(남) – 과거 대전을 응원할 때도 팀 전력이 약하다보니 오히려 서포터들이 느긋하게 기다리며 단단하게 뭉치는 계기가 됐어요. 아직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잖아요. 리그는 길어요.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기다리려고요.

정윤제(남) – K리그 챌린지에서 기반을 닦아서 승격한다면 K리그 클래식에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창단 1년 만에 승격해서 곧바로 상위권 경쟁은 할 수 없겠죠.

Q. 승격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인데요. 서울 이랜드가 관심을 받는 이유가 또 하나 있죠. 바로 FC서울과 ‘서울 라이벌’ 구도인데요. 당장 FC서울과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지만 팬들도 기대가 크죠?

김민호(남) –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더비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데 FC서울과 서울 이랜드의 구도도 잘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일반적인 경기와 달리 치열한 더비 경기라고 하면 일반 팬들의 관심도 더 커질 텐데 이 구도가 더욱 확실해졌으면 좋겠어요. 흥행에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에요.

홍성일(남) – 저를 포함한 팬들은 ‘서울 더비’를 크게 기대하고 있잖아요. 지리적으로도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어 있어서 ‘한강 더비’라는 멋진 이름도 생겼고요.

김민호(남) – 같은 리그에서 ‘서울 더비’를 보고 싶다는 팬도 많아요. 경기 내용은 거칠어질 수 있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일반 경기보다 훨씬 재미있는 경기가 되겠죠. 나중에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제작해 홍보, 마케팅에도 활용할 수 있잖아요.

정윤제(남) – 아마 선수들도 ‘서울 더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겠죠. 서울 이랜드와 FC서울이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써갈 것인지 정말 궁금해요. K리그는 이런 스토리가 필요했어요. 첫 더비 경기가 정말 기대 되요.

고려대 2학년을 마치고 프로에 입문한 미드필더 신일수(윗줄 왼쪽 두 번째)는 데뷔전부터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서울 이랜드 FC 서포터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 시즌 서울 이랜드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는 누군가요?

정상희(여) – 저는 가끔 U리그도 보러 다녔는데 그 때부터 눈에 띄었던 선수가 신일수 선수였어요. 올 시즌 정말 기대가 되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는 이범수 선수에요. 그래서 제 유니폼에는 이범수 선수 이름이 있어요.

홍성일(남) – 저도 신일수 선수요. 대학교 2학년 마치고 프로에 뛰어들었는데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아서 경쟁력이 충분히 있을 것 같아요. 개막전 선발 명단에서도 프로 경험이 없는 선수는 신일수뿐이었죠. 그만큼 팀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것 같아요. 몇 년 후에는 더 좋은 팀으로 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정윤제(남) – 저는 뒤에서 거칠게 몸싸움을 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정필 선수가 기대 되요. 생긴 것도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경기력 면에서는 고대 야야 투레라고 불렸던 신일수 선수를 빼놓을 수는 없죠.

반형진(남) – 이정필 선수는 진짜 기대가 커요. 예전에 목포시청과 연습 경기할 때 보니까 후반에 교체 투입됐는데 확실히 경기력이 달라지더라고요.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를 모두 할 수 있다는데 아직 정확한 포지션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요. 전지훈련 때는 이정필 선수가 하던 역할을 이번 개막전에는 신일수 선수가 했죠.

홍성일(남) - 타라바이 선수도 기대하고 있어요. K리그와 비교해 몰타 리그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지 몰라도 23경기 24골을 넣은 기록은 인정해야죠. 그리고 네이마르를 닮은 것도 관심을 끄는 데 한 몫 했죠. 가까이서 봤는데 진짜 네이마르인줄 알았어요.

정윤제(남) – 왼쪽 측면 수비수 김민제 선수도 잘 해줄 것 같아요. 일본에서 J2리그지만 70경기 이상을 뛰고 온 선수에요. 프로팀에서 70경기 이상 뛴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의미가 크다는 마틴 레니 감독 말처럼 개막전에서도 상당히 잘하더라고요.
서울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의 창단을 기다렸던 많은 축구팬은 서울 이랜드 FC의 홈 개막전이 열린 잠실주경기장을 찾아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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