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이라는 단어?' 모비스에는 없었다

사상 첫 3연속, 역대 최다 6회 우승…동부에 4연승

'막아라, 양동근' 모비스 가드 양동근(왼쪽)이 4일 챔프전 4차전에서 동부 가드 김현중의 수비를 뚫고 드리블하고 있다.(원주=KBL)
'2014-2015 KCC 프로농구' 동부-모비스의 챔피언 결정 4차전이 열린 4일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 경기 전 동부는 주축 포워드 윤호영(197cm)을 출전 명단에서 뺐다. 2일 3차전에서 입은 왼 팔꿈치 인대 부분 파열 때문이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본인은 뛰겠다고 했지만 안 될 것 같아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대신 동부는 가드 김현중(181cm)을 투입했다. 김 감독은 "김현중도 부상 때문에 운동을 많이 못했지만 우리 가드진이 부족하고 또 빠른 농구를 하기 위해 넣었다"고 했다.

이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도 예상한 부분이다. 유 감독은 "상대가 작은 선수들을 위주로 스몰 라인업을 들고 나올 것 같다"면서 "큰 변화는 주지 않겠지만 윤호영이 빠졌다고 선수들이 방심할 것과 신장이 우위에 있다고 상대 트랩에 걸릴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호영은 김주성(205cm)과 데이비드 사이먼(204cm)과 함께 동부산성을 이룬다. 윤호영이 빠지면 동부는 높이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트리플 타워의 효과가 크게 없는 것 같아서 빠르게 가겠다"면서도 "그러나 리바운드에서 열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성이 형, 괜찮아요?' 모비스 가드 양동근(가운데)이 4일 챔프전 4차전에서 파울을 당해 코트에 쓰러진 동부 김주성을 일으키고 있다.(원주=KBL)
동부의 스몰 라인업은 효과를 보는 듯했다. 1쿼터 동부는 가드진부터 강력한 압박 수비로 나섰다. 트랩 수비로 상대 주장 양동근을 묶어 하프라인 8초 제한으로 공격권을 뺏기도 했다. 김주성과 사이먼이 잇따라 상대 공격을 블록하며 높이에서도 대등하게 맞섰다. 1쿼터 한때 동부는 9-4까지 앞섰다.

하지만 모비스의 낯가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1쿼터만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8점, 문태영이 6점을 넣는 등 높이의 우위로 골밑을 집중 공략했다. 종료 2분5초 전에는 송창용의 3점포로 15-9로 리드를 벌리는 등 1쿼터를 19-13으로 앞선 채 마쳤다.

2쿼터는 모비스는 양동근과 함지훈을 앞세워 리드를 벌렸다. 동부가 26-21로 추격해오자 양동근의 3점포와 함지훈의 미들슛, 골밑슛 등으로 5분여 전 35-23까지 달아났다. 동부도 박지현의 3점포, 종료 3분30초 전 30-38로 추격했다. 이 과정에서 리바운드를 다투던 김주성과 문태영이 엉켜 실랑이가 붙으면서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도 했다.

동부는 사이먼의 자유투로 골밑슛으로 종료 2분58초 전 6점 차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모비스는 송창용의 3점포와 양동근의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전반을 45-36으로 앞섰다.

'어딜 감히' 동부 김주성(오른쪽)이 4일 챔프전 4차전에서 모비스 양동근의 레이업슛을 블록하고 있다.(원주=KBL)
벼랑에 몰린 동부의 후반 반격도 거셌다. 3쿼터 종료 2분48초 전 허웅이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레이업으로 3점 플레이를 펼쳤다. 55-58, 3점 차까지 쫓았다. 모비스도 양동근의 3점포와 문태영의 자유투 등으로 한숨 돌렸으나 동부는 김창무의 막판 속공과 골밑슛으로 61-65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동부는 골밑의 열세를 어쩌지 못했다. 4쿼터 초반 김주성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모비스는 아이라 클라크, 문태영의 잇딴 골밑슛으로 69-61로 달아났다. 종료 6분49초 전 점수 차는 73-61까지 벌어져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결국 모비스가 81-73 승리를 거뒀다. 역대 세 번째 4연승으로 시리즈를 마치며 사상 최초 3연패를 달성했다. KCC(5회 우승)를 밀어내고 역대 최다 우승팀(기아 시절 포함 6회)으로 우뚝 섰다.

유 감독은 통산 5번째 정상에 오르며 최다 우승 사령탑에 올랐다. 역대 2위는 신선우 여자프로농구(WKBL) 전무와 전창진 케이티 감독(이상 3회)다.

4경기 평균 20점을 넣은 주장 양동근은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64표 중 60표를 얻었다. 지난 2006-07, 12-13시즌에 이어 통산 3번째 수상이다.

동부는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도전했지만 5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자랜드와 4강 플레이오프(PO)를 5차전까지 가면서 방전된 체력과 윤호영의 부상 공백을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동부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이어 올 시즌 준우승에 오르며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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