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육성] SNS 끊고, 세월호 숨긴 채 회사 다니고…

세월호는 주홍글씨인가? 유족 박준철 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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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 박준철 씨 (사진=권민철 기자)
세월호 유족 박준철(45)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왜 세월호 가족들의 삶이 버거울 수 밖에 없는지 짐작케 된다.

그는 딸(채연)을 잃은 뒤 다니던 회사를 관뒀다.

사고 수습 때문이기도 했지만 옛날과 같은 모습으로 직장 동료들을 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이후 안산 인근 지역에 취직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세월호 가족이라는 '주홍글씨'를 떼기 어려울 것 같았다.

결국 아주 멀리 서울에 있는 회사를 택했다.

출퇴근만 3~4시간이 걸리지만 그 길이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를 찾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지금도 세월호 가족인 사실을 숨긴 채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사고 이후 모든 종류의 SNS도 접었다.

지인들의 위로가 모두 어줍잖게 들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계를 끊는 것이 세월호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길이었다.

▶ 어디 다니시나?

- 서울에서 제가 일을 한다.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른다. 제 가방에 이렇게 (세월호) 리본 걸려 있고 그런 거 보면 '아, 그거 붙어 있네.' 뭐 안산에서는 쭉 유행처럼 붙이고 다닌다 이런다. 그럼 이제 술 마시다 보면 '야, 그거 다 해결 됐다는데 돈 받아갔다고 합의금 다 받아간 사람도 있다는데… 야, 그거 아직도 그러고 있어?' 그런데 거기서 꾹꾹 참는다. 참아야지 거기서 제가 말을 하면 싸움밖에 안된다. 그리고 그렇게 돼서 싸움 된 게 벌써 몇 건씩 있었고 그래서 꾹 참고 아니면 정 그러면 아 먼저 집에 가보겠습니다. 술 마시다 먼저 집에 가고…

별 얘기 많이 나온다. 제가 들은 것 중에 더 보상금 받기 위해서 지금 저러고 인천 쪽 학교에 관련 안 된 일반인들이 배·보상을 지금 다 받았다고 그러는데 그것도 아직 받았다는 얘기가 없는데 벌써 그렇게 다 알고 있더라. 그래서 지금 그러고 있다. 그거 가지고 어떤 사람은 팔자 핀 사람도 있다고 소문이 나있더라. 벌써 집 사가지고 외국으로 갔다는 사람도 있다고 알고 있고. 그냥 꾹꾹 참고 그러고 있다. 아직은 유가족이라는 걸 조금 숨기면서 일을 하고 있는 거다.


▶ 굳이 뭐 알릴 필요는 없겠지만 굳이 숨겨야 할 필요는 뭔가?

- 사람들이 아는 게 싫다. 제가 그 유가족이라는 걸 그러면 사람들이 안타깝게 볼 거 아닌가? 그 눈빛 자체가 싫은 거다. 그런 게 있을 거다. 딸이 죽었는데 괜히 뭐 어떤 위로도 사실 위로가 안 되는데. '괜찮지? 힘내' 이 말도 위로가 안 되는데. 괜히 알게 되면 그냥 또 어줍잖게 위로하려고 그러고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려 그러고 그렇게 할 거 아닌가? 사람들이 그래서 아예 말을 안 하고 있는 거다. 그런 위로조차도 듣고 싶지도 않다.

▶ 따님이 희생 됐을 때 며칠 동안 회사도 못 나갔을 텐데…

- 그 회사는 그만 뒀다. 그러고 나서 그 회사는 그만두고. 근데 이제 집은 살고 있으니까 그리고 또 동생도 있고, 막내 동생도 있다. 집안은 먹여 살려야 하고 그래서 저는 여기서 많은 활동을 못하고 당직 때나 한 번씩 와서 인사하고 얼굴 보는 정도다. 일은 해야겠고, 안산에 또 잡으려다 보니 다 알고 그래서 서울 쪽에 멀리해서 일을 하고 있다. 출퇴근만 3, 4시간씩 걸리는데 거기 가서 하고 있는 거다. 일부러…

▶ 일부러 서울로 잡은 건가?

- 네. 제가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데 안산이나 여기도 많다. 화성에도 일자리는 많지만 굳이 서울 뚝섬 쪽으로 다니고 있다. 정말 속 터진다. 술 취해서 기분 좋게 있는데. 제 가방에 리본이 붙어있다 택시를 타고 가방을 앞에다 두니까 앞을 보시고 '그거 다셨네요. 벌써 그거 다 해결됐다는데 아직 왜 저러고 있나 몰라 어제나 그제 광화문 앞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다'고 그래서 한참을 욕을 하시더라. '아, 그냥 뭐라고 하나' 그 사람들한테 다 일일이 말하지 못할 부분이 진실을 다 알리지 못한 우리 잘못인거지 그 사람들이 모른다고 그 사람한테 화내는 거는 잘못된 짓이라고 본다.

또 시간 얼마 길지도 않는데 그 사람들한테 일일이 다 설명할 수도 없고. 단편적으로 하면 저희는 부모니까 조금 참는다고 하는데 이제 큰 애가 이렇게 안좋은 일을 당했는데. 작은 애가 있다. 이번에 고등학교 올라가는데. 어느 날 저한테 와가지고 '아빠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이걸 말해야돼? 말아야 돼?' 이렇게 고민을 하는 거다. 아빠도 서울로 다니는 이유가 이래서 일을 다니고 있으니 너도 말하지 말아라. 그럼 친구들이 너를 안쓰럽게 볼 테고 또 약간 불쌍하게 볼 거 아닌가. 그래서 말하지 말라고 그랬다. 그래서 아이들 집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데 집에는 또 온통 또 언니 사진이니 엄청 걸려 있다. 그러니까 집도 못 데리고 오고 친구들은 집에 한번 가보자 그러는데 또 그렇고.

작은 애가 조금 스트레스 받는 게 제 주변사람은 알거 아닌가. 작은 애를 보면 옛날에는 '에고, 예쁘다' 이 정도였는데 요새는 와가지고 안아주고 잘해야 된다 이렇게 관심 받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그러는 거다.

처음에 갑자기 사람들이 나한테 이러지 그래서 처음에는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집 밖에를 그런 문제들을 저는 좀 벗어나보려고 서울로 간 건데 아이도 고등학교 올라가서 조금 다행인건 중학교에서 3학년 올라갔으면 다 알 텐데 완전 고등학교 다른 데를 가버렸으니. 그 사람들은 편하게 볼지도 모르는데 괜히 우리가 스스로 그런 부분이 있어서 회사를 그만 두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일단 초반에는 여기도 한 번씩 와봐야 되고 진도도 왔다 갔다 해야 되고 초반에는 진도도 일주일에 1, 2번씩은 갔었다. 그 다음에 아이 추모공원 같은데 거기도 가야됐다. 초반에는 회사를 너무 많이 빠지니까 안되겠다 싶어서 그만 둔거다. 회사도 손해고 쟤 쓰고 있자니 그럴 거 아닌가. 회사입장에서는 저 하는 짓이야 맨날 빠지고. 저는 제 스스로 그만두겠다 해서 그냥 그만 둔 케이스고. 그렇게 해서 한 몇 개월 놀고 그러다보니 어느 날 집을 봤더니 집이 엉망진창이 된 거다. 안되겠다 싶어서 일을 하게 된 거다.

▶ 주변사람들 얘기를 여론이라고 보면 될까?

- 그렇다. 사람들이 여론이 전부 다인지 알고있다. 저번에도 술 마시는데 14억으로 결정났다고 얘기 나오는 거다. 네? 그랬더니 처음 듣는데 28일인가 배·보상 문제 한다고 발표 난게 14억 정도로 결정이 났다고 해서 그 때 되면 다 저것도 다 될 거다 그거 받으려고 지금 까지 저렇게 한거니 다음달 부터는 좀 나아지겠지 다 이런식으로 얘기하니까. 그거 옆에서 듣고 있으면 진짜 속 터진다.

또 회사에서 일할 때 저거(세월호)를 건져 올리는데 건져 올릴 수가 없다 하는 사람이 있고 저 사람들이 계속 저렇게 해가지고 건져 올리면 1조원이 든다는 사람이 있고 2천억이 든다는 사람도 있는 거다. 그러면 그 세금은 누가 내느냐 다 내 월급에서 내는 거다. 내 월급·세금 갖고 하냐는 거다. 딴 데 지금 더 어려운 사람도 있고 이렇게 사람들도 있을 텐데 왜 그런데다 쓰느냐 뭐 그런 얘기도 하고. 그거 건져 올려봐야 뭐 할거냐 벌써 지금 못 찾은 사람들은 다 유실되 가지고 있을 텐데. 왜 세금 쓰면서 건져 올리려고 저렇게 하는 거냐 해서 그러고들 있다. 여러 얘기를 듣는데 답답할 뿐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진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안산도 사실 주변사람들도 아버님도 아실 텐데 바로 주변에 있는 사람도 잘 모를 텐데 저기 서울 사람들은 당연히 모르지. 저희 아파트 단지에서도 사고가 터졌을 때 여기 딱 한 가정이 있는거다 그 동네에서. 딱 한가정이 있는데 그때 회사 동,장 통장 뭐 그 다음에 아파트 부녀회장 까지 해가지고 한번씩 방문하고 싶다고 그래가지고 엄청 스트레스 받았었다.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계속 벨이 울려가지고… 근데 이거를 서울 사람은 단지 그거 배·보상 그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까. 언론에서 그렇게 말을 하고 있다.

지금 네이버나 이렇게 가보면 사실은 아닌데 배·보상 문제 28일부터 언제 뭐 이렇게 나오면 딴 사람들이 봤을 때는 '아, 해결이 되는 구나' 또 됐나보다 그런 얘기 서울에서 많이 듣는다.

▶ 조금 다른 얘기인데 지금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 가족들이 스마트폰을 원래 활용했나? 밴드라던가 이런 것들…

- 정보는 알고 싶고, 대화는 해야겠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 같다. 하다보니 조금씩 알게 되고 그렇게 되는 거 같다. 이 밴드가 원래 저는 많이 쓰고 있었다. 밴드 프로필 사진이 큰 애 사진으로 바뀌면서 고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여기 밴드들은 다 탈퇴를 해버렸다. 어차피 또 물어볼 거 아닌가? '너 사진 뭐냐?' 밴드 또 카톡에 보면 글이 사랑하는 딸 이렇게 되어 있으면 한 번씩 물어보는데 일일이 대답할 수가 없어서 아예 물어보는 사람들은 거의 차단을 해놨다.

▶ SNS도 못하게 된 상황?

- 저는 원래 트위터도 하고 페이스 북도 하고 막 상황 올리고 그랬었는데 페이스북은 지금 그거에 관련된 것만. 거의 친구들은 덜 친한 사람들은 다 끊어놓은 상태이다. 끊어 놓고 제 상태를 알 수 없게끔 해놓고. 광화문, 안산 팽목항, 국민대책위원회 그것만 내 페이스 북에 나와 있다. 저는 좀 알리는게 싫더라. 정말 후배들이나 친구들 물론 걔네들도 절 생각해서 위로를 한마디씩 하는 건데 그걸 답을 해줘야 한다. 그럼 괜찮니? 아님 괜찮아요 형? 괜찮다는 말을 해야 되는 것도 안 되고. 안 괜찮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그러니까 그 말도 하기도 싫고 우는 것도 하기가 싫으니까 그냥 아예 끊어 버리는 거다. 전 밴드를 5, 6개를 죽인거 같다. 여기 하나 대책위원회거 하나 그 다음에 안산에선 어쩔 수 없이 알게 된 사람들 것 2개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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