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장사, 세금도둑…"우리 가슴에 비수로 꽂혀"

세월호 유가족들을 상처 받게 하는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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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분향소 옆 휴게실의 재떨이. 1년 간 타다 남은 유족들의 마음이 켜켜이 쌓여있다. (사진=권민철 기자)
세월호 유족 박준철(45) 씨에게 물어봤다. 그 동안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에 가장 가슴을 후벼 팠던 얘기가 뭔지.

그는 주저 없이 '자식 팔아서 돈 많이 받으려는 사람, 자식 저렇게 되고 나니 그걸로 라도 한 몫 챙기려는 사람'이었다고 답했다.

세월호 가족들의 구술사를 정리해 온 416기억저장소 김종천 국장도 가족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고 있는 주변의 시선이 바로 '시체장사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 분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게 바로 시체장사 한다는 말입니다. 친척들이 전화가 온다는 거예요. 돈 좀 빌려달라고. 보상금 받을 줄 알고. 가족 분들은 당황스러운 거죠. 그런데 더 공포스러운 것은, 먼 이웃이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나름 견딜 수 있고 참을 수 있는데 가까운 친척이 그런다는 거예요. 되게 무서운 얘깁니다. 피해자들이 2차, 3차, 4차 가해를 당하는 경우예요. 내가 갔던 슈퍼의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오늘 뉴스에 저런 게 나왔는데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거의 공포 수준에 가까운 거죠"

세월호 가족 박영배 씨도 가슴을 쳤다.

"우리는 아무 소리를 안하고 가만히 있는데 벌써 인터넷에서 보고 7억 받았다며? 얼마 받았다며? 20억 받았다는 데 맞냐?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것도 받은 거 하나도 없다고 설명을 해주면 '그러냐'고 그러면서도 '빨리 되야지' 이래요. 진실이 그게 아닌데 그런 얘기를 진실로 알고 얘기를 하니까 우리는 진짜 뚜껑이 열리는 거죠."

세월호 유족 박형민(48) 씨도 가족들에게 들은 이야기라며 전했다.

"강남에서 계모임하면서 부모님들이 그랬다더군요. 세월호 사건 나니까 '야 사고 나서 저거 돈 받으니까 좋겠다. 저거 목돈 받아간다. 큰돈 받아간다' 그러더라고. 큰 돈 받아가서 좋겠다고요? 그 부모들 옆에 있었으면 나 죽여 버리고 싶어요. 자식새끼 죽어가지고 돈 바란다고요? 자식새끼가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시체장사에 이어 세금도둑이라는 말도 유족들을 악질적으로 괴롭히는 말 가운데 하나다.

박영배 씨의 말을 들어보자.

"세월호를 인양하려면 돈이 그만큼 많이 들어가는데 그걸 왜 꼭 해야 되냐는 식으로 이야기 하면서 (우리더러) 세금도둑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한테 진짜 묻고 싶습니다. 만약에 거기에 자기 새끼가 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경제가 어렵다는 둥 나라에 돈이 없다는 둥 박근혜 대통령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한테는 경제가 어려우니까 세월호 인양하지 말자는 소리로 밖에는 안 들립니다."

세월호 사건이 이미 종결된 거 아니냐는 말도 유족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말이다.

박형민 씨는 요새 외부 모임을 다 끊었다고 했다.

"친구들 만나면 하는 말이 '야 아직도 세월호 안끝났냐?', '야 그거 언제까지 끝나냐?', '저 분향소 언제 철거하냐'고 물어요.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해요? '야 실종자라도 다 나와야지 저거 철회하지 어떻게 철거 하냐' 그러고 마는 거예요. 워낙 친했던 애들이니까 그냥 부담 없이 얘기하지만 저희 쪽에서는 부담이 무지 크죠. 그래서 만나기 싫은 거예요."

가슴에 큰 구멍이 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위로의 말도 때로는 상처가 된다.

유족 김정숙(46) 씨의 말이다.

"어느 분이 그랬어요. 저한테 나쁜 뜻으로 하신 말은 아닐 텐데 '훌훌 털어버리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그 분한테 얘기했죠.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우리 아이가 주머니 속에 먼지도 아닌데 어떻게 훌훌 털어버리라고 얘기를 할 수가 있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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