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 유치위해 재벌감시 풀고 세금특혜까지?

떠도는 민간자금 10조원 유치목표 '한국판 뉴딜'…논란 예상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9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민자사업 현장을 방문해 공사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 = 기획재정부 제공)
시중에 떠돌고 있는 자금 10조원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작업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유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이다.

정부가 민간과 위험부담을 함께 떠맡는 것은 물론, 특수목적법인(SPC)의 대기업 계열사 편입유예, 법인세와 부가세에 대한 세금 특례 등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유인책도 담았다.

그러나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건설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경제활성화로 이어질지도 미지수인데다, 재벌 대기업에 대한 감시를 풀어주고 세금혜택을 주면서까지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 정부와 민간이 위험공유, 제3의 방식으로 경인고속도 지하화 가능

정부는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 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풀린 여유자금을 대규모 SOC투자로 끌어들인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추진 배경이다.

정부는 부족한 재정을 대신해 민간 자본으로 도로나 경전철, 상수도관망 개보수 등의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여 경기회복도 꾀할 수 있는 일석이조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민간에게 위험부담을 모두 맡기는 대신 최소수입을 보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와 민간이 위험부담을 나눠지는 '제3의 방식'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먼저 정부와 민간이 시설투자비와 운영비용을 절반씩 분담하는 '위험분담형' 방식이다. 손실이 나든 이익이 발생하든 정부와 민간이 반반씩 공유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자본투입이 필요하고 수익성도 높은 SOC사업이 주요 대상이다.

기획재정부는 검토 가능한 사업으로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과 서울 경전철 사업 등을 예로 들었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크고 제약조건이 많아서 이제까지는 사업추진 방식을 결정하지 못했지만 위험분담형 민자사업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에는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두번째 방식은 '손익공유형'으로 정부가 시설투자비와 운영비용의 70%를 보전해주도록 해서 사업위험을 줄이면서 동시에 이용요금도 인하하는 방식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손실의 70%를 떠안는 구조로 민간이 안는 위험을 30% 이내로 묶었다.

지자체가 재정부담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노후 상수도관망 개선, 노후 정수장 시설개량 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재부는 기대하고 있다. 민간의 위험부담이 낮은 만큼 수익성은 4~5%대로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 차관은 "누수되고 있는 수돗물이 민자사업을 통해서 제대로 공급이 되면 징수하고 있는 요금을 가지고 또 민자투자 비용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같은 '제3의 방식'을 통해 7조원 규모의 민자사업을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 계열사 편입유예, 세금 특례 등 대기업 특혜... 논란도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대기업 건설사 등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한 혜택도 내놨다.

먼저, 민간투자 특수목적법인(SPC)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최다 투자자로 참여하더라도 계열회사 편입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대기업 건설사가 출자한 SPC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묶이는 것을 막아주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민자 SPC에 대한 법인세와 부가세 특례까지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민자 SPC의 부채상환적립금을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하고, 부가가치세 영세율 일몰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 건설사들에 대한 특혜로 비쳐질 수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경실련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민자사업 SPC의 경우 사업착수부터 운영까지 수년동안 수익이 발생하는 회사"라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을 감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재벌감시와도 거리가 먼 정책"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권 팀장은 또 "민자사업에 수익성이 있으면 굳이 세금 특혜를 주지 않더라도 민간 자본이 참여하게 돼 있는 것"이라며 "굳이 또다른 특혜까지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민간 제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제출서류 작성부담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경쟁적 협의절차를 도입해 기존에 40개월이 걸리던 민자사업 추진 기간을 25개월로 단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 그동안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온 사업도 예비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민자 적격성이 있는 경우 민자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추가로 1조8천억원 어치의 사업이 민자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재부는 내다봤다.

아울러 노후 공공청사도 민자를 끌어들여 관공서와 문화센터, 임대사무실 등이 함께 들어있는 복합개발로 진행할 수 있도록 상반기 중으로 민간투자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봉담∼송산고속도로, 신분당선(용산∼강남) 복선전철, 서울∼문산고속도로, 광명∼서울고속도로 건설 사업 등 기존 SOC 사업들도 절차단축이나 민원 조기해소 등으로 추진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민간 여유자금에 안정적 투자처를 제공해 경제흐름의 선순환 구조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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