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싣는 순서>
① '예능 대세' 유병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② 김탁환 "세상은 추리소설처럼 '사필귀정' 아니더라"
③ 세월호 가족에게 '가족'으로 불리는 언론인
④ "1주기 지나면 언론은 또 썰물처럼 다 빠지겠죠"
⑤ "단상 위 대통령과 무릎 꿇은 母…내겐 충격적"
⑥ 배우 최민수 "세월호 참사는 미래에 대한 수장식"
⑦ '세월호 1주기'…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남긴 것
(계속)
다이빙벨을 공동 연출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는 최근 CBS노컷뉴스에 "진도 팽목항 현장에서 자녀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고, 새벽마다 미친 듯이 '사망'과 '생존' 확인 사이를 오가던 어머님들의 절규를 기억한다"며 "그러한 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디에 생존해 있고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지만, 정부에게는 그들을 구할 수 있는 전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왕좌왕하는 정부를 지켜보면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구조 전략과 장비 등이 없는 현장에 의문을 가졌고, 이를 깊이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방대한 취재 결과를 압축해 내놓은 것이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이다.
이 기자는 "다이빙벨로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의 구조 실패를 고발하려 했다"며 "한편으로는 '우리는 너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실제 바다 밑에 들어간 어른들이 있었다는 증거로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단위로 뉴스를 전달하다 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게 되지만, 영화는 관객들을 사건 현장으로 돌아가게 만들고 무엇이 잘못됐나를 생각하게 돕는 힘을 지녔다"며 "우리 취재팀은 참사 현장에 접근할 기회를 가졌고 이를 쭉 촬영했는데, 기득권 영상 매체가 권력의 편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영화는 권력, 자본에 100% 잠식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이빙벨을 상영한 부산영화제를 길들이려는 권력의 움직임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독과점 멀티플렉스들이 다이빙벨의 상영을 거부하면서 사회적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우리 사회의 도덕, 윤리는 물론 기본적인 공공선이 침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세월호의 구조 실패를 드러내는 것은 정권 차원의 아킬레스건이다. 권력이 문제제기를 못하도록 막는 과정에서 오히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공공선이 힘을 모아 다이빙벨을 상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 "기억도 기록도 하지 않는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앞서 지난해 10월 23일 개봉한 다이빙벨은 대형 멀티플렉스의 상영 거부 등 악재에도 독립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5만 관객 이상을 동원했다. 사회적 이슈를 정면에서 다룬 다큐멘터리로는 용산참사를 그린 '두 개의 문'(2011)이 7만 3663명을 동원한 것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영화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독립영화 관객 1만 명이 상업영화 100만 명에 버금간다고 평가하는 만큼, 다이빙벨은 흥행 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것이 이 영화를 배급한 시네마달 김일권 대표의 설명이다.
'다이빙벨을 배급한 이유'를 묻자 김 대표는 "다른 것은 없다. 국민적 아픔인 세월호 참사를 볼 때 다큐멘터리 영화를 배급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을 한 것"이라며 "제가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했을 일"이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 의문을 제기한 이 영화를 두고 '좌파영화'라는 식으로 선을 긋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다이빙벨이 세월호의 진실을 100% 규명할 수는 없어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할 여지를 만들어 준다"며 "세월호 참사는 몹시 큰 아픔이다. 기억하고 기록하지 않는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에 물음을 던지는 영화들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희석되고 왜곡되는 유가족의 절규와 아픔 제대로 담아야"
그는 "1년 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모두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나. 이제는 그 충격을 상처로 묻어 버리자는 것인데, 그러면 상처가 곪을 수밖에 없다"며 "온 국민의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셈이다. 이는 언제가 다른 엉뚱한 사건으로 재발할 수 있으니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최근 보상금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 언론은 유가족의 절규와 아픔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오히려 희석시키고 왜곡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화계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정 감독은 전했다.
그는 "꼭 다큐멘터리가 아니어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민들이 얻은 충격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영화가 꾸준히 나와야 한다"며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그 작업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참사 기억하고 문제 끄집어내는 지점에 서 있어야 하는 영화"
그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가 일단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작품이어서 화자의 감정적, 주관적 생각들이 많이 개입돼 다큐멘터리로서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록하려는 열정만큼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 기록들이 계속 기억되고 올바른 해결점을 위해 모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전했다.
오 씨는 세월호 참사가 어마어마한 사건인 까닭에 지금으로서는 완벽한 형태의 영화로 참사를 짚고 점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이후 15년가량이 지나서야 이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다룬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이 나왔다"며 "2001년 9·11 테러 역시 1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영화적으로 정리가 안 된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역시 영화적으로 기억하고 담아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영화는 10여 년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기억의 편린에 머무를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 오 씨의 지론이다.
그는 "반복해 얘기함으로써 참사에 분노했던 이들도, '일베' 식의 잘못된 인식을 가졌던 이들도 역사적, 사회적으로 서로를 용서하고 구원하는 데 영화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렇기에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문제점을 녹여내는 지점에 영화는 항상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