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규리 (영화배우)
지난 여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상영이 끝난 후 7분 동안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쳤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 작품, 바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연출작인 영화 ‘화장’이었는데요. 바로 어제, 국내에 개봉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이 영화, 암투병중인 아내와 젊은 여직원 사이에 놓인 한 남자를 통해 삶과 사랑에 대해 통찰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화제의 인터뷰, 오늘은 영화 ‘화장’에서 매력적이고 생기 넘치는 여직원을 연기한 영화배우 김규리 씨를 만나보겠습니다. 김규리 씨, 안녕하세요!
◆ 김규리>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박재홍> 반갑습니다. 최근까지 TV 사극에서 귀인 김 씨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번에는 매력적인 여직원으로 돌아오셨어요. 영화 때문에 많이 바쁘시죠?
◆ 김규리> 요즘에 홍보하느라고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어요.
◇ 박재홍> 이번 영화 ‘화장’,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무엇보다 '삶과 사랑의 두 얼굴', 이런 문구가 인상적인데요. 영화 ‘화장’, 어떤 작품인가요?
◆ 김규리> 해외에서 설명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단어인데요. 우리나라 말에는 중의법이라는 게 있잖아요. 영화 ‘화장’에도 사람이 죽어서 태우게 되는 '화장(火葬)'이 있고요. 그리고 화장품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서 가장 아름다울 때 하는 '화장(化粧)'이 있고요. 그 ‘화장’ 단어 하나에 삶과 죽음, 또 젊음과 늙어감이 중의적으로 들어가 있어요. 영화 ‘화장’은 그런 영화예요.
◇ 박재홍> 중의적인 뜻이 담겨있는 영화 ‘화장’입니다. 제가 영화 예고편을 봤는데요. 예고편 속 김규리 씨의 눈빛을 봤을 때, 김규리 씨가 제 마음을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 김규리> 그런가요? (웃음) 그래도 노골적으로 매혹을 하는 캐릭터가 아니어서요. 이를테면 나른하게 매혹적인 역할이어서 좀 더 매력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렇네요. 그래서 감독님이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김규리 씨가 이제까지 중 가장 아름답다.’ 이렇게 강조를 하셨는데요. 김규리 씨가 보시기에 영화 속 ‘추은주’의 모습은 어떤가요?
◆ 김규리> 정말 스텝분들과 감독님께서 저를 예쁘게, 아름답게 그려주시느라고 애를 쓰셨어요. 그래서 제가 그걸 고스란히 다 받았네요. (웃음)
◆ 김규리> 저는 너무 부끄러워요. 한 20점이요.(웃음)
◇ 박재홍> 왜 이러세요. 너무 박하시네요. 제가 일단 100점을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 김규리> 그만큼 안성기 선배님과 김호정 선배님의 연기가 정말 멋지세요.
◇ 박재홍> 또 대선배님들과의 연기 그리고 거장 임권택 감독님과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담이 있었다, 이렇게 듣겠습니다.
◆ 김규리> 네. 그렇습니다.
◇ 박재홍> 영화 ‘화장’의 주인공, 김규리 씨를 만나고 있습니다. 11년 만에 임권택 감독님과 다시 만나서 찍는 기분은 어떠셨습니까?
◆ 김규리>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고요. 여력이 되신다면 계속 작품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팬의 입장이에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리고 영화제에서 춤추시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캐스팅했다, 이런 소문도 있던데요. 사실입니까?
◆ 김규리> 네, 사실입니다.(웃음) 저도 나중에 촬영하면서 들었는데요.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공연을 제가 했었어요. 그때도 굉장히 영광스러웠었는데요. 제 모습을 보고 저인 줄 모르셨대요.
◇ 박재홍> 정말 춤을 잘 춰서?
◆ 김규리> 네. 전혀 저한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미지였던 거죠. 그런데 그 모습을 보시고 나중에 사모님께서 “쟤가 규리예요.” 하셨다고 해요. 감독님이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너무 놀라셨대요.
◇ 박재홍> 그러셨군요.
◆ 김규리> 그걸 보면서 감독님이 활력, 에너지 이런 걸 받으셨던 것 같아요.
◇ 박재홍> 그렇군요.
◆ 김규리> 그래서 영화 화장의 ‘추은주’ 역할이 삶의 에너지와 활력이 있어야 되는, 젊음을 상징하는 그런 캐릭터거든요. 아마도 그래서 저를 불러주시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해요.
◆ 김규리> 아니에요. 저 예전에 2011년에 ‘댄싱 위드 더 스타’라고요.
◇ 박재홍> 알죠, 기억하죠.
◆ 김규리> 거기서 치열하게 배우고요. 매일 울면서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선 ‘내가 할 수 있을까?’ 했던 그 소극적인 저와 싸워서 마지막까지 갔거든요.
◇ 박재홍> 그래요. 정말 멋있었어요.
◆ 김규리> 그러면서 치열하게 배웠던 게 그런 지금의 영광도 가져올 수 있는 거죠.
◇ 박재홍> 감독님은 물론이거니와 또 배우 안성기 씨와의 호흡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영화 찍으면서도 굉장히 많이 배려해 주셨다, 이런 인터뷰가 있었어요.
◆ 김규리> 안성기 선배님은 늘 그러신 분이세요. 안으로 밖으로 너무 완벽한 남자세요.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그런 존경심이 우러나는 선배님이신데요. 촬영장에서 뵙는 선배님은 그냥 저한테 그 시간들을 다 주고, 그걸 다 받아주세요. 그게 너무 감사했어요.
◇ 박재홍> 상대 배우가 연기를 100% 끌어낼 수 있도록 함께 도와주시는군요.
◆ 김규리> 네.
◇ 박재홍> 혹시 아직 그런 경험 없으셨겠지만 또 영화 속에 모티브가 되는 금지된 사랑이라든지 그러한 욕망, 김규리 씨 인생에 한 번쯤 올 수도 있을까요?
◆ 김규리> 글쎄요. 별로 원치 않는데요. (웃음) 그게 아니어도 머리가 아픈 일들이...
◇ 박재홍> 너무 많기 때문에.
◆ 김규리> 제 스스로를 제가 이겨내야 되는, 저와의 싸움에서 저를 자꾸 이겨내야 하는 저와 해결 볼 일이 너무 많아서요. (웃음)
◇ 박재홍> 그래요. 무엇보다 영화가 개봉됐으니까 관객들이 많이 보셔야 되지 않겠습니까?
◆ 김규리> 네.
◇ 박재홍> (웃음) 혹시 원하시는 관객수가 있을까요?
◆ 김규리> 글쎄요. 저는 그게 항상 제일 어렵네요. 기왕이면 많이 봐주시면 좋겠는데요.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주시는 게 가장 최고의 컨디션으로 보실 수 있는 거고요. 그래도 한 번쯤은 인생에서 다시 나를 뒤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영화이기 때문에요. 영화 ‘화장’,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네요.
◇ 박재홍> 네, 저도 꼭 극장에서 김규리 씨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규리> 감사합니다.
◇ 박재홍>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규리>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화제의 인터뷰, 영화 ‘화장’에 출연한 영화배우 김규리 씨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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