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기 앞둔 '세월호 참사' 왜 해결은 커녕 논쟁만 격해질까

[학술세미나 '세월호 참사와 문화연구' 중계 ①]…'희생' 아닌 '무화' 되는 죽음들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마음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서울 안암동에 있는 고려대에서 학술세미나 '세월호 참사와 문화연구'가 열린 이유입니다. 한국언론학회와 언론과사회연구회 주관으로 열린 이 자리에서 발표된, 1주기를 앞둔 세월호 참사를 바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전합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1주기 앞둔 '세월호 참사' 왜 해결은 커녕 논쟁만 격해질까
(계속)

10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예정됐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면담이 취소됐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총리와의 면담을 위해 광화문광장을 나섰으나 경찰병력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이들을 막아서면서 끝내 무산됐다. 가족들은 총리공관 인근까지 가족들이 함께 이동한 뒤 대표자 11명만 들어가겠다고 요구했지만 경찰 측은 대표자 이외의 가족들은 이동을 반대, 이날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사진=황진환 기자)
4·16 세월호 참사가 1주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해결은 커녕 논쟁을 악화시키는 데는 어떠한 힘이 작용하고 있을까.

곽영빈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박사는 '세월호라는 신기원: 죽음의 정치와 정치의 죽음'이란 제목의 발표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했다.


곽 박사는 최근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중요한 두 가지 국면으로 '교통사고론'과 '순수 유족 공동체론'을 제시했다.

그는 "이들 논리는 세월호 참사가 낳은 304명의 죽음을 무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박사에 따르면 먼저 교통사고론은 세월호 참사의 죽음이 통계적 죽음의 숫자로서 무화, 인구화되는 것이다.

그는 "교통사고론은 죽음의 의미가 통계적인 차원에서 여러 사례 중의 하나 또는 퍼센테이지로 포함돼 사건의 의미를 무화시킴으로써, 정치적으로 옳은 생각을 공유하려는 것과는 무관하거나 독립적으로 작용하게 만든다"며 "이러한 통계학적인 담론은 자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나 예산 투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을 없애는 것처럼 세월호 참사에 있어서도 같은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순수 유족 공동체론은 순수 유족이나 친족만이 애도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피로 엮인 가족의 범위를 벗어난 애도를 부정적인 의미에서의 정치적인 것으로 낙인 찍는다는 것이다.

곽 박사는 "트위터를 보면 지난해 4월 16일 참사 당시 모두가 분노하고 애도하던 분위기에서 일주일, 열흘이 지나 시신을 찾아야 하는 국면에 왔을 때 리버럴(자유주의자)을 중심으로 '애도는 파시즘 아니냐'는 의견이 나왓다"며 "피를 나눈 순수 친족이 하는 것 외의 애도가 비판받는 현상은 단순히 보수진영의 전략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 없는 일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의 영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겉으로 볼 때 다른 듯 보이는 이 두 논리는 결국 인구, 가정의 범위를 벗어난 연대의 지점을 무너뜨림으로써, 세월호 참사가 낳은 죽음을 '탈희생화'하는 데 충실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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