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 유머 잘 맞춰주지 않아 승진못해"

원래 요즘 취업 안되잖아 라고 체념하는 현실에 울컥

- 돈 없고 능력없는 주인공을 인턴에서 사장으로 키우는 시뮬레이션
- 너무 일을 잘해도 잘려, 더 이상 줄 업무가 없으니까
-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 안 돼 잘리는 등 현실의 많은 이유 반영
- 더 이상 면접 보기 싫은데 학자금 대출 때문에 의지 다졌던 경험등을 반영
- 3회의 해고와 3년의 직장생활 애환을 담아 게임 만들어
- 원래 요즘 취업 안되잖아 하면서 체념하며 받아들이는 현실에 울컥해 만들게 돼
- 직장 현실과 애환 모두가 생각해보는 계기 되었으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4월 10일 (금)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진포 (게임 개발자)


◇ 정관용> 여러분 요즘 신조어 ‘웃프다’ 이런 뜻 아시죠? 웃기지만 슬프다, 이런 뜻인데 그야말로 웃픈 스마트폰 게임이 나왔습니다. 게임 제목이 ‘내꿈은 정규직’ 말 그대로 취업 준비생이 정규직 나아가서 사장이 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게임입니다. 왜 웃픈지 짐작이 가시죠? 이 게임 개발자 29살 청년이랍니다. 세 번째 회사 다니다가 갑자기 해고된 후에 만들었다는데 개발자 이진포 씨를 연결합니다. 안녕하세요?

◆ 이진포>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출시하고 반응이 아주 좋네요?

◆ 이진포> 네, 어떻게 생각지 못한 반응들이 정말 많이 와서요. 감사하면서도 지금 하루하루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소위 대박치는 것 아닙니까? (웃음)

◆ 이진포>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요. 지금 계속 다운로드 받아주시는 분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고 그래서 계속 열심히 패치해 나가고 있어요.

◇ 정관용>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다운받아서 하는 이른바 모바일 게임이죠?

◆ 이진포> 네.

◇ 정관용> 유료입니까, 무료입니까?

◆ 이진포> 지금 현재는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마켓에 무료게임으로 등록되어 있고요. 아이폰은 현재 출시 준비중에 있습니다.

◇ 정관용> 이게 그럼 무료로 다 다운 받으면 우리 이진포 씨는 뭐로 돈 벌어요?

◆ 이진포> 안에 작게 광고라든가 아니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과금, 결제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요. 그런 것들로 수익모델을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무료게임이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일부 유료도 필요하고 이런 거네요?

◆ 이진포> 네.

◇ 정관용> 그리고 광고도 들어가고?

◆ 이진포> 네.

◇ 정관용> 아직은 돈 못 벌었죠?

◆ 이진포> 아직 그렇게 뭐 막 많이 벌지는 못했고요. (웃음)

◇ 정관용> 아, 그래도 조금 이미 수익이 생겼나 봐요.

◆ 이진포> 네, 이제 그냥 갑자기 또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작게나마 좀 생겨 가고 있는 중입니다.

◇ 정관용> 어떤 게임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내꿈은 정규직’.

◆ 이진포> 내꿈은 정규직은 돈도 없고 능력도 없는 주인공을 인턴에서 사장까지 키우는 직장인 시뮬레이션 게임이고요. 캐릭터는 면접을 통과해서 인턴으로 입사를 하지만 수많은 이유로 갑자기 돌연 퇴사를 하게 돼요. 예를 들면 야근을 하지 않았거나 업무를 못하거나 혹은 업무를 너무 잘해서 잘리고요.

◇ 정관용> 아니, 업무를 잘 해도 잘려요?

◆ 이진포> 업무를 막 많이 받아 왔는데 이제 더 이상 회사에서는 일을 다 받아가니까, 주는 대로 받아가니까 더 이상 줄 업무가 없다고 캐릭터를 자르기도 하거든요.

◇ 정관용> (웃음) 아, 그래요?

◆ 이진포> 그건 뭐 요즘 사회적으로 나오는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돼서 잘리거나 이런 것들 해서 한 수십 가지 정도 이유를 만들어 놨어요.

◆ 이진포> 그래서 퇴사 당하는 캐릭터를 퇴사 당하지 않게 잘 키워서 사장까지 만드는 그런 게임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처음에 누구든지 다운 받으면 일단 인턴으로 시작합니까?

◆ 이진포> 모두 인턴 이전에 면접을 통과해야 돼요.

◇ 정관용> 아, 면접부터 안 되는 사람도 있군요? (웃음)

◆ 이진포> 네, 면접부터 굉장히 많이 떨어집니다.

◇ 정관용> 예를 들어서 어떤 걸 물어봐요?

◆ 이진포> 면접에서 따로 물어보는 것은 없고요. 그냥 확률로 되어 있는데요.

◇ 정관용> 아, 확률로.

◆ 이진포> 네, 면접에 들어가기 전에 뭔가 각오를 다지는 말들을 하고 그다음에 면접장에 들어가서 면접에 떨어지면 면접 탈락이 뜨고 그렇게 해서 게임이 플레이가 되죠.

◇ 정관용> 각오를 다지는 말은 뭐라고 해야 합니까?

◆ 이진포> 뭐 예를 들면 너무 떨어져서 더 이상 면접을 보러가기가 싫은데 내야 되는 학자금 대출금을 보면 다시 의지가 계속 샘솟는다거나 이런 혼잣말들을 하는데 그게 다 이렇게... 제가 또 하던 생각들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 되도록 면접 보러가기 전에 제가 했던 생각들 많이 적어서 넣어놨었어요.

◇ 정관용> 본인의 경험 그대로?

◆ 이진포> 네.

◇ 정관용> 그렇게 해서 면접을 통과하면 인턴이 되고요, 거기서 사장까지 가려면 몇 단계를 승진해야 됩니까?

◆ 이진포> 지금 현재는 대충 10단계가 조금 넘는 걸로 되어 있을 건데요. 지금 현재 회사에 직급이랑 비슷하게 되어 있습니다. 인턴, 계약직, 정규직, 대리 이렇게 해서...

◇ 정관용> 그런데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과정에 수도 없이 권고사직을 당한다, 이 말이죠?

◆ 이진포> 네.

◇ 정관용> 조금 아까 말씀하신 일을 못해서, 일을 너무 잘해서 또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권고사직 당하는 이유들이?

◆ 이진포> 아니면 뭐 여러 가지 문제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면 결국에는 회사 사정으로 인해서 회사가 망해서 잘리기도 하고요. 그게 아니면 직장 상사가 와서 유머를 했는데 거기에 이렇게 맞춰서 웃어주지 않아도 승진확률이 떨어지고. (웃음)

◇ 정관용> 그러니까 썰렁한 유머 했는데 그때는 막 웃어줘야 되는군요.

◆ 이진포> 네, 그럴 때 웃어주는 걸 선택하면 승진확률이 올라갑니다.

◇ 정관용> 올라가고?

◆ 이진포> 네.

◇ 정관용> 썰렁한 반응을 보이면 승진확률이 떨어지고?

◆ 이진포> 네.

◇ 정관용> 그러면 확률이 또 자꾸 낮아지면 결국 퇴사 당하고?

◆ 이진포> 그렇죠.

◇ 정관용> 또 어떤 게 있습니까? 재미있네요.

◆ 이진포> 그런 것 말고도 예를 들면 가끔 직장에서 회식을 한다거나 혹은 주말에 갑자기 사원들 다 같이 등산을 가자고 한다거나.

◇ 정관용> 그런 일이 있죠.

◆ 이진포> 그런 일들에 대해서도 뭔가 못 간다고 하거나 혹은 몸이 아프다고 하거나 이러면 또 승진확률이 내려가기도 하고요. 또 잘 따라다니거나 이러면 승진확률도 올라가고요.

◇ 정관용> 사장까지 가는 사람 봤습니까? 혹시 지금 게임 시작한 후에?

◆ 이진포> 지금 현재 저희 게임이 나온 지 아직 10일이 안 됐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사장까지 갔다는 분은 아직 못 봤고요.

◇ 정관용> 제일 높이 간 사람이 어디까지 갔습니까?

◆ 이진포> 부사장까지 가셨다는 분을 제가 제보를 받았습니다.

◇ 정관용> 열흘도 안 됐는데?

◆ 이진포> 네.

◇ 정관용>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닌가 봐요?

◆ 이진포> 많은 분들이 되게 어렵다고 많이 피드백을 주셨는데요. 그 와중에도 의지를 가지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너무 감사드리고.

◇ 정관용> 그야말로 회사생활의 달인인가요? 아니면 그냥 밤낮없이 그 게임에만 매달린 건가요?

◆ 이진포> 아마 밤낮없이 매달리셔서 그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웃음)

◇ 정관용> 제가 처음 소개할 때 본인이 세번째 회사 다니다가 갑자기 해고된 후에 갑자기 게임을 만들었다, 맞습니까?

◆ 이진포>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왜 해고 당하셨어요? 또 어떤 회사였고요?

◆ 이진포> ‘내 꿈은 정규직’ 이 게임을 만들기 전에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게임 회사를 다녔거든요. 3년 좀 넘게 다녔는데 본의 아니게 해고당하기도 하고 이직을 하기도 하고 하면서 이리저리 한 3군데 정도 회사를 옮겨 다녔어요.

◇ 정관용> 게임회사 내에서만?

◆ 이진포> 네. 여러 가지 한 세 개 정도 되는 게임회사를 옮겨 다녔었는데 그때 경험을 계기로 만들게 됐습니다.

◇ 정관용> 왜 그렇게 옮겨 다녔습니까? 회사가 망했어요? 아니면 그냥 혼자만 잘린 겁니까?

◆ 이진포> 저 같은 경우에는 회사가 경영상의 문제로 많이 어려워져서 팀이 정리가 된 경우도 있었고요. 그게 아니면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나오게 된 적도 있었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서 뭔가 하고 싶었던 얘기도 있나요? 단지 그냥 돈 벌기 위해 만들었습니까? 어때요?

◆ 이진포> 일단 이 게임 만든 목적은 게임 만드는 사람으로서 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게 첫번째였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좀 바람이 작게 있었다면 게임을 만들려고 제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제 또래의 친구나 아니면 다른 직장인 분들의 얘기를 들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 정관용> 그래야겠죠.

◆ 이진포> 몇몇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취재삼아 나눈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들 하시는 말씀이 ‘요즘 원래 그렇잖아’ 하고 말씀들을 제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취업이 안 돼도 ‘원래 요즘 다 취업 안 되잖아’ 하시고 이직이 잦고 직업이 자주 바뀌어도 ‘원래 요즘 다 그렇게 살잖아’ 하시는데 순간 그 얘기 듣는데 감정이 뭐가 울컥 하더라고요. 그게 체념하고 뭔가 힘든 상황인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런 게 좀 마음이 아파서 지금 만드는 제 게임 혹시 하시게 되면 계속 직장에서 잘려 나가는 주인공 보시면서 그냥 한 번쯤 ‘얘 왜 잘려나가?’ 이렇게 생각해 보시게 하는 그런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좀 있었어요.

◇ 정관용> 회사 경영진들이 이 게임을 많이 해야겠네요.

◆ 이진포> (웃음) 아마 그렇게 하면 화가 나시지 않을까요?

◇ 정관용> (웃음) 방금 다들 ‘원래 그렇잖아’라고 말했다는데 사실은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거죠.

◆ 이진포> 네, 그렇죠.

◇ 정관용> 어쨌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지신 것 축하드리고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 이진포> 지금은 원래 저희 퀵터틀 팀인데 둘이서 게임을 만드는 인디게임 개발팀이거든요. 원래 처음 목표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번째 게임 만들 수 있을 만큼만 돈 벌었으면 좋겠다, 이런 거였는데 이제 또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면 그만큼 조금 위로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앞으로도 제 꿈 잃지 않고 두번째, 세번째 게임 꾸준히 만들어가는 게 제 목표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아무튼 ‘내 꿈은 정규직’, 이 게임 속 세상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웃음) 오늘 고맙습니다.

◆ 이진포>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네, 이진포 씨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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