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에 선전포고' 만수에 도전장 '만년 기대주'

모비스 가드 김종근 "감독님께 도전해보겠다" 기염

'네 도전 받는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왼쪽)에게 도전해보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힌 만년 기대주 가드 김종근.(자료사진=KBL)
프로농구(KBL)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3연패를 이룬 모비스의 축승회가 열린 15일 서울 청담씨네시티. 현재 KBL 최고 명장 유재학 감독을 비롯해 MVP이자 주장 양동근과 외국 선수상에 빛나는 리카르도 라틀리프, 베스트 5에 오른 문태영, 가드 겸 센터 함지훈 등 선수들이 모였다.

정명철 구단주와 정호인 단장은 물론 그룹 인사들까지 모여 새 역사를 쓴 선수단을 축하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주현정 등 모비스 여자양궁 대표팀도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사실 우승 주역은 아니었다. 바로 백업 가드 김종근(29 · 181cm)이었다. 김종근은 행사 중 축하 공연 때 무대에 올라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뽐냈다. 팝가수 에릭 베넷의 감미로운 히트곡 '스틸 위드 유(Still with you)'를 멋들어지게 불러 박수 갈채를 받았다.

더욱 빛났던 것은 김종근의 다부진 도전장이었다. 바로 만수(萬數) 유재학 감독에게 던진 것이었다. 김종근은 "감독님이 언론을 통해 전준범(24 · 195cm)에게 도전하겠다고 하셨는데 나도 감독님께 도전해보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유 감독은 시즌 중 미완의 대기 전준범을 미래의 주역으로 키워내겠다는 뜻으로 도전 발언을 했다. 이에 전준범도 지옥 훈련을 받아들이겠다며 화답한 바 있다.

'기대가 컸는데...'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과 김종근이 함께 한 모습.(자료사진=KBL)
유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 후순위 선수들을 집중 조련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2007년 10순위 함지훈을 MVP로 키워낸 데 이어 천대현(2008년 10순위), 송창용(2010년 10순위), 이대성(2013년 11순위) 등도 필수 전력으로 가다듬었다.

그런 유 감독의 지도에도 아직 활짝 피지 못한 선수가 김종근이다. 사실 김종근은 모비스에서 그나마 드래프트 순위가 높은 선수였다. 2009년 전체 3순위로 입단해 양동근(34 · 181cm)의 뒤를 이을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동국대 시절 득점력과 개인기를 갖춰 '제 2의 김승현'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김종근은 프로에 와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다. 09-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평균 출전 시간이 7분에 그쳤다. 그나마 10-11시즌 10분52초를 뛰며 2.7점 1.7도움을 올렸던 김종근은 상무 제대 후 출전 시간이 13-14시즌 5분44초, 지난 시즌 6분6초에 머물렀다.

양동근이 출전 시간 1위(34분56초)를 기록한 이유였다. 유 감독도 "동근이가 쉴 때 받쳐줄 만한 선수가 없다"면서 "종근이가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양동근이 코트에 있을 때와 김종근이 들어갔을 때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출전 시간이 적어 무엇인가를 보일 기회가 없었던 것도 맞다. 그러나 스스로 출전 시간과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시간 대비 실책(두 시즌 평균 0.5개)이 적잖았고, 고비 때 볼 배분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꽤 있었다.

'어쩌자는 거니' 모비스 유재학 감독(가운데)이 경기 중 김종근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 오른쪽은 김재훈 코치.(자료사진=KBL)
이런 가운데 김종근이 유 감독에게 선전포고를 선언한 것이다. 유 감독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종근이 우승 소감으로 "그동안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3연패를 함께 하게 돼 기쁘다"고 밝히자 유 감독은 좌석에서 일어나 "이제 네가 주인공이 돼야 해!"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모비스는 지난해 2연패를 달성했을 때는 세월호 참사로 축승회를 열지 못했다. 올해 역시 KBL 일정상 행사가 세월호 1주기 즈음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상 첫 3연패를 이룬 상황에서 또 다시 축승회를 무산시킬 수도 없었다.

이런 가운데 열린 축승회에서는 의미 있는 각성과 약속이 나왔다. 김종근은 이날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가수 데뷔를 하라"는 칭찬까지 받았다. 구단 관계자는 "노래보다 춤 실력이 낫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끼와 재주가 많은 것은 나쁜 게 아니다. 그러나 김종근은 농구 선수다. 김종근도 "칭찬이 과분하다"면서 "이제는 농구로 인정받아야죠"라고 입을 앙다물었다. 과연 김종근이 '만년 기대주'에서 탈피해 모비스의 우승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또 농구 실력으로도 칭찬을 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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