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야구계 원로의 한숨이다. 프로야구를 주름잡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걱정이다. 효자 외인들이 여럿 생겨난 상황인데 왜 이런 우려가 나올까.
KBO 리그는 지난해 외국인 야수 제도의 부활시켰다. 그러면서 이른바 용병들의 화끈한 방망이가 초반부터 맹위를 떨쳤다. 홈런 3위(37개), 타점 2위(121개)의 에릭 테임즈(NC)와 한국시리즈 MVP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등이 대표적이었다.
클린업 트리오급 타자의 가세로 투수들은 더 힘겨워졌다. 역대 가장 두드러진 타고투저의 큰 원인이었다. 92경기 19홈런 66타점의 브렛 필(KIA), 17홈런 92타점의 펠릭스 피에(한화) 등도 수준급 활약을 펼쳤다.
올해도 이방인들의 위력은 대단하다. 홈런 1, 2위가 외인들이다. 테임즈는 타율 2위(4할9리), 홈런 1위(7개), 타점 1위(19개)에 장타율이 무려 10할이다. 사이클링 히트까지 기록하며 'KBO 본즈'라는 별칭을 얻었다.
풀타임을 보장받은 필은 타율 3할1푼5리, 홈런 4개(5위), 15타점(3위)로 꾸준하다. 짐 아두치(롯데)는 부상 결장이 있었으나 타율 3할2푼 2홈런 3도루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바로와 앤드류 브라운(SK)도 타율이 1할대지만 홈런은 각각 2위(6개)와 5위(4개)다.
▲'부상-부진' 외국인, 교체도 난감
잠실 라이벌 LG와 두산은 나란히 '잭 형제'의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LG는 메이저리그(MLB) 경력이 가장 화려하다는 잭 한나한이 종아리 부상으로 빠져 있다. 두산 역시 잭 루츠가 허리 통증과 부진 등으로 2군에 머물러 있다. 두 구단 관계자는 "태업은 아니고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면서 "좋아지고 있어 조만간 1군에 올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펑펑 외인들이 터지는 다른 팀과 달리 이들 구단은 국내 선수들만으로 타선을 꾸리고 있다. 한화 역시 나이저 모건이 2군에 있다. 고비마다 한방이 절실한 상황에서 외인들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을 교체하기도 난감하다. 1년 보장 계약 때문이다. 자세한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즌 중 퇴출될 경우에도 연봉이 보장되거나 위약금 조건이 있다는 게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야구계 인사들이 "한국이 외인들의 봉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유다.
야구계에서는 외인들에 대한 1년 개런티가 최근 5년 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 둘씩 시작해서 용병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어느새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한 인사는 "그러다 보니 태업이나 부진해도 외인들이 배짱을 내미는 경우가 적잖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루이스 히메네스(전 롯데), 루크 스캇(SK) 등이 대표적이다.
▲"방출 조건 포함돼야…그럼 어떻게 데려오나"
1년 보장 계약은 국내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낯선 이역만리에 좋은 선수를 데려오려면 후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게 실무진의 입장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도전의 꿈을 지닌 선수들을 설득하려면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은 언제나 발생한다. 외국인 선수라도 못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계에서는 "금액은 둘째 치더라도 계약서에 선수 본인에 의한 부진과 부상에 대해서는 연봉 보장 없이 방출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실 외국인 선수 제도는 얇은 국내 선수층에 기인한다. KBO 리그 팀은 늘었는데 중, 고교에서 배출하는 자원들은 그대로거나 준 까닭에 부족한 선수와 경기력을 메우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힘 있는 외인들을 데려와 볼 거리를 늘리고 국내 선수들과 경쟁도 유도하려는 의도도 포함된다.
그러나 순위 싸움이 과열된 탓에 고액 선수들이 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부작용도 따르고 있다. 외인들이 개점휴업을 하는 동안 국내 선수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역시 10억 원 안팎의 용병들을 놀리는 것은 낭비다. KBO 리그 외국인 전성시대의 '빛과 그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