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항공정책…‘지방공항 후려치기’

[인천공항, 부끄러운 자화상③]세계와 경쟁하는 인천공항 명분, 지방공항은 찬밥신세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사진 = 인천국제공항 홈페이지 캡처)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춘추항공과 타이에어아시아엑스 등 6개의 항공사가 인천공항에 신규 취항하면서 해외 취항 도시가 183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또, 인천공항과 중국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신규 노선이 개설되면서 인천~중국 간 운항편수도 2013년 6만7천편에서 지난해는 7만7천편으로 14.1% 증가했다며,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인천공항의 노선 확대 정책은 지방국제공항의 밥그릇을 빼앗는 이른바 ‘골목상권 죽이기’에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공항에서 얼마든지 취항이 가능한 중국과 일본, 동남아 노선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황당한 ‘항공정책기본계획’

국토부는 올해 초에 ‘제2차 항공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김포공항은 반경 2,000km 이내 국가와 도시에만 여객기 취항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동안 한국공항공사는 김포공항을 비롯한 지방 국제공항의 국제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6개 노선에 불과한 김포공항의 국제노선을 확대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방공항에 항공노선을 많이 확충함으로써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들이 인근 공항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도 손쉽게 지방도시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가 김포공항 반경 2,000km 이내로 제한한 것은 공항 주변의 소음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인천공항 허브화 전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는 것이 항공업계의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 CI
◇ 인천공항공사, ‘지방공항 헐뜯기’ 전략

인천공항공사 이호진 부사장은 지난달 국토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주국제공항은 접근성이 좋지 않아서 수도권의 승객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하다”며 사실상 청주공항을 평가 절하했다.

충청북도는 그동안 청주국제공항에 대해 서울 강남과 경기도 남부지역 주민들이 자가용을 타고 경부와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며 접근성의 장점을 홍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의 부사장은 접근성이 나쁘다며 정반대로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인천공항공사 임직원들의 잘못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김포공항은 물론 청주공항과 대구공항 등 지방의 국제공항이 활성화되면 인천공항의 고객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9월 ‘인천공항 허브화 정책 강화 필요’라는 보고서를 통해 “김포국제공항으로 항공 수요를 분산하는 것은 일본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인천공항공사가 김포공항뿐 아니라 지방 국제공항의 국제선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심지어, 지방공항 활성화에 나서야 하는 국토교통부도 지방공항의 수요 기반이 취약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토부 김영국 항공정책과장은 “동남아 노선의 경우 항공자유협정에 따라 지방공항에서 얼마든지 취항이 가능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김해공항을 제외한 국내 지방공항의 국제승객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그러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승객들이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불편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공항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청북도 관계자는 “국제공항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인천공항에 대해 불만이 크다”며 “정부가 인천공항 허브화를 명분으로 예산과 인력을 집중 투입하면서 지방의 국제공항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주공항의 경우 중부권 중심 공항으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활주로 연장사업이 10년 넘게 미뤄지면서 동네공항으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공대 윤문길 교수는 “인천공항과 지방 국제공항은 각자 분명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상생, 협업이 절대 필요하다”며 “인천공항이 허브화에 갇혀있다 보니까 지방 국제노선을 늘리면 허브화 정책에 역행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인천공항 세계 허브화 전략의 최대 피해자는 지방에 거주하는 국민들이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사진 = 인천국제공항 홈페이지 캡처)
◇ 인천공항, ‘우물 안 개구리 신세’ 벗어나야

일본은 그동안 국내선 전용 공항이었던 하네다 공항을 국제선 공항으로 전환하면서 미국과 중남미 승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나리타공항에 비해 도시 접근성이 좋은 하네다 공항에 국제선이 취항하면서 미주지역의 여행객들이 급증한 것이다.

또, 중국의 경우도 오히려 유럽 국가들이 공격적인 직항로 개설을 통해 중국의 여행객들을 유치하면서 항공권 가격이 떨어지는 부수 효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서, 심지어 우리나라 승객들이 중국 베이징공항을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윤 교수는 “인천공항의 경우 김포공항에 비해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며 “김포공항도 일본의 하네다 공항처럼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일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천공항은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 미주지역의 항공사를 유치하는 보다 적극적인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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