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모와 지성준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경험이 있는 포수가 필요했다. 지난 8일 넥센과 트레이드를 통해 허도환을 데려온 이유다. 허도환은 1군 통산 384경기에 출전했고, 넥센의 주전 포수로도 활약한 경험이 있다.
일단 허도환의 가세 후에도 정범모가 주로 마스크를 썼다. 주전으로 뛰고는 있지만, 사실 정범모는 타율 1할5푼에 도루저지율도 1할5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성근 감독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을 앞두고 "그래도 정범모가 잘 하고 있으니까…"라고 정범호에게 힘을 실어줬다. 조인성의 공백에도 한화는 8승8패 승률 5할을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 성적은 떨어지지만, 어쨌든 정범모가 안방을 지켜준 덕분이다.
하지만 LG전에서 조인성의 공백은 분명히 드러났다.
정범모는 5회말 갑자기 흔들렸다. 1사 1루에서 오지환에게 2루 도루를 내주더니 계속된 2사 1, 2루에서는 오지환에게 3루까지 내줬다. 오지환에게 내준 2개의 도루 모두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더 큰 문제는 본헤드 플레이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경험 부족이 흔히 말하는 멘탈 붕괴로 이어졌다.
계속된 5회말 공격에서 이병규(7번)의 볼넷으로 2사 만루가 된 상황. 이진영을 상대로 풀카운트 접전 속에 쉐인 유먼의 6구째를 받았다. 심판의 콜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정범모는 스트라이크라고 판단하고 공을 1루수 김태균에게 던진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
3루 주자였던 오지환은 밀어내기로 홈에 들어왔고, 홈 플레이트가 비어있는 사이 2루 주자 정성훈마저 홈을 밟았다. 유먼이 다급하게 홈 커버를 들어왔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정범모의 본헤드 플레이로 1실점이 순식간에 2실점으로 변했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0-3과 0-4는 추격하는 입장에서 큰 차이였다. 결국 한화는 6회말 1점, 7회말 5점을 더 내주고 0-10으로 완패했다.
아쉬운 장면은 5회말 만이 아니었다. 3회말 유먼의 폭투로 기록됐지만, 블로킹 할 수 있는 공을 뒤로 빠뜨렸다. 5회초에는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투수의 견제에 걸려 어이 없이 아웃됐다. 7회말에는 또 다시 대주자 윤진호에게 도루를 내줬다.
김성근 감독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결국 7회말 2사 1, 2루에서 정범모를 빼고 허도환을 투입했다.
한화로서는 베테랑 주전 포수 조인성이 너무나 그리운 경기였다.
한편 삼성은 NC를 5-0으로 격파하고 13승5패,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넥센은 지난 9일 노히트노런 수모를 안겼던 유네스키 마야로 11점을 뽑아내며 두산을 12-0으로 눌렀다. KIA는 롯데를 3-2로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