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와병’의 정치

“대통령 컨디션 좋다”에서 “절대 안정”으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으나 건강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입장 표명 등 정국 대응은 29일 재보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열리는 국무회의는 진작부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의 첫 정국 대응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됐던 국무회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국무회의는 박 대통령이 주재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 대신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주재한다.

이유는 박 대통령의 건강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복통과 고열로 매일 링거와 주사까지 맞으며 중남미 순방 일정을 소화하는 투혼 끝에, 귀국 후 “만성피로에 위경련 인두염” 진단까지 받았다.

청와대는 “하루 이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진단에 따라 29일까지 대통령의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대통령의 본격적인 업무 복귀는 빨라야 29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박 대통령은 휴식을 취하며 성완종 리스트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성완종 정국에 대해 박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연일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며 사실상 사과를 촉구하고 있고, 유승민 원내대표도 “국민의 분노가 무섭다. 대통령께서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공정하고 추상같은 수사 결과를 내놓을 때만이 박근혜 정권의 신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촉구한 바 있다.

이런 요구에 대해 청와대 일각에서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리 수사와 자살을 계기로 촉발된 이번 의혹은 진실규명의 대상이지 사과의 대상은 아니다"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침 29일은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대한 민심의 향배를 살필 수 있는 재보선이 실시된다. 박 대통령은 휴식을 취하며 재보선 결과를 지켜본 뒤 정치권의 요구에 대한 대응 수위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후임 총리에 대한 물색과 함께 박 대통령이 순방기간 성완종 의혹을 겨냥해 동포들 앞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 ‘정치개혁과 사회개혁“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숙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공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것도 9박 12일의 장기 순방을 마치고 브라질에서 귀국길에 오르는 마지막 날인 25일 박대통령의 건강 상황을 언론에 알렸다.

순방기간 중 “콜롬비아에 이어 페루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목이 약간 쉬었다, 빼곡한 방문국 일정에다 국내 현안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박 대통령의 목은 쉬지 않았고, 컨디션 좋다, 컨디션에 문제가 없다, 피로하시지 않다”고 부인한 청와대였다.

박 대통령은 콜롬비아 동포 간담회에서 기침을 몇 번 하다가 "수행원들이 고산병에 다들 고생하는데 나는 고산병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목으로 온 모양"이라고 말하는 등 감기 증상과 만성 피로 증상이 이미 나타나던 참이었다.

박 대통령의 건강을 이유로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기자 간담회도 생략됐다.

매일 링거와 주사를 맞으며 경제 실리 외교에 집중하는 순방 강행군으로 박 대통령의 건강이 나빠진 것이 분명하고, 며칠 동안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진단도 어김없는 사실이지만, 복잡한 정국에 대응하는 ‘와병의 정치’라는 해석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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