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가 역대 외화 관객 동원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쓰는 와중에 "모든 극장에 어벤져스2만 걸려 있다"는 비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대기업 멀티플렉스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스크린 독과점'이 그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2는 28일 전국 1706개 스크린에서 8682회 상영됐다. 이날까지 이 영화에 몰린 입장권 수익만 347억여 원에 달한다. 이러한 스크린 쏠림 현상은 극장에 관객이 몰리는 휴일에 더욱 심했다. 어벤져스2는 지난 25일(토)과 26일(일)에 각각 1843곳, 1826곳 스크린에 걸렸다.
영진위의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영관은 2281개. 전체 스크린의 80%가량을 어벤져스2 한 편이 싹쓸이한 셈이다. 3대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전체 상영관의 92%인 2098개를 점유하고 있으니, 이는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몰아주기로 봐도 무방하다.
영화 평론가 오동진 씨는 "전체 스크린 2200여 개 가운데 1800여 개를 건 나라는 없다"며 "정부의 말대로 한국 촬영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를 극대화하더라도 스크린 독과점 탓에 경상비를 제외한 극장 수익을 고스란히 할리우드가 가져가니 적게 벌고 많이 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어벤져스2는 자국인 북미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했다. 그만큼 할리우드가 국제 시장에서 한국을 중요한 마켓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오 씨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에 이어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8부작 미국 드라마 가운데 한 편도 서울에서 찍었다"며 "그만큼 할리우드는 한국에서 자기네 영화가 어마어마하게 잘 되는 것을 잘 아는데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괜찮은 로케이션 장소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할리우드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마케팅을 잘해 돈만 잘 뽑아가면 '땡큐'일 텐데, 당장의 수익을 좇기에 바쁜 대기업 멀티플렉스 들이 이를 돕고 있는 격"이라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크린 독과점 구조가 계속 되면 영화를 걸 극장이 없는 외화 수입사들이 망하고, 그 연결고리에 있는 영화제도 망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5년 안에 한국영화 산업은 분명히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40%가량을 점유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큰 틀 안에서 독과점을 막고, 각 극장별로 한 영화가 스크린의 과반수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면 지역적인 쏠림 현상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숫자 짜맞추는 '경제효과'…"제대로 된 경제학자가 내놨다면 부끄러워 할 일"
지난해 3월 25일 마블스튜디오와 한국관광공사, 영진위 등이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당시,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이 몰고 올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홍보하는 정부 측의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한국관광공사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어벤져스2 방한촬영 덕에 4000억 원의 직접 홍보효과와 2조 원의 국가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영진위도 876억 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 측 논리의 근거로 경제효과가 따라붙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이렇듯 구체적인 경제효과의 금액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일까. 속된 표현을 사용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뻥'이다.
충남대 경제학과 류동민 교수는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효과는) 미리 숫자를 정해 두고 맞추는 것이 대부분인데, 국가브랜드를 계산할 수 있는 지표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거짓"이라며 "특정 영화가 홍보를 통해 수익을 거뒀다면 산업연관표로 파급효과를 계산할 수는 있지만, 개념 자체도 애매한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만약 실제 제대로 된 경제학 박사가 내놓은 금액이더라도 그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면 부끄럽게 생각할 웃기는 일"이라며 "결국 이러한 거짓 경제효과를 비판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언론이 악순환을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경제효과를 믿는 정도는 지역 단위로 내려가면 더욱 강해지는데,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려는 흐름이 (한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며 "브랜드 제고를 위해 돈도 들이고, 손해를 보더라도 광고를 하는 판국에 경제효과를 내세우는 것은 이상한 논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