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내가 그만두면 당지도부 표류"…주승용은 "사퇴"

'공천 실패'·'텃밭 패배' 책임 놓고 내홍 기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리는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4.29재보선 결과와 관련 입장발표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전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내홍을 겪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문재인 대표의 거취 문제가 직접 거론되고 있진 않지만, 서울과 광주 등 ‘텃밭’에서 참패한 책임과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번복→사퇴'…내분 직전의 혼란상

내분의 전조는 문 대표가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전격적으로 선거 패배의 심경을 밝히면서 생겨났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정책조정회의 직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의 발표 형식에 대한 지도부의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 최고위원은 오후 의원총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좀 무겁게 처신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그런 차원에서"라며 사의를 숨기지 않았다.

주 최고위원은 특히 문 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문 대표가 아침 10시에 입장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 사전에 최고위원들과 협의도 없이 발표한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은 의총 현장에서 다시 한 번 사퇴 의사를 피력했으나, 동료 의원들의 강한 만류가 있었다고 한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주 최고위원이 동료의원들의 '사퇴 철회'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 최고위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돌린 문자메시지를 통해 “지도부로서 선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 소신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며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새정치연합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당내 서열로는 당 대표, 원내대표 다음에 해당한다. 그의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다른 지도부에게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운데)가 30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리는 정책조정회의에 앞서 4.29재보선 결과와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윤창원기자
◇ "책임질 사람 책임지라"…'호남패배' '공천실패' 놓고 문재인 책임론 거론

의총에서는 선거 패배의 원인이 다각도로 분석됐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의총 분위기에 대해 "서로 공격하거나 사퇴를 요구하기보다 다독이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에게 희망을 주자, 그러나 문제가 무엇인지는 철저히 돌아보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몇몇 의원들을 통해 전해진 기류는 더 심각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민심을 달래는 데 실패한 패착, 재보선 패배를 자초한 기계적인 공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털어놨다.

특히 한 호남 중진 의원이 텃밭인 광주 서을, '서울의 호남'으로 불리는 서울 관악을에서의 참패를 거론하며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쓴 소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탈당해 출마한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의 사례를 거론하며 패배의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도 단일화를 비롯해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했다며 당내 주류 세력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서 원내대변인은 이목희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재보선에서 공천이 제대로 됐는지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을 통해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제가 책임을 지고 그것에 대해 깊게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내가) 그만두고 나면 또 다시 당 지도부는 표류하게 된다"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실제 의총의 주된 기류도 문 대표의 사퇴보다는 현 지도부 체제 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쪽이 다수였다고 한다.

재보선 패배의 대안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즉각 물러나는 것이 오히려 더 무책임하며, 지도부 총사퇴 비상대책위를 꾸리려 해도 마땅한 인사들이 없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문 대표가 선거 패배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공천을 주도한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에 대한 비노(非盧·비노무현) 진영 및 비주류의 불만 목소리는 더 커져 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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