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여야가 최종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인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당청간 대책회의가 진행됐다. 당에서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국회 연금개혁특위 주호영 위원장 및 조원진 간사 등, 청와대에서는 조윤선 정무수석 등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는 '확실한 재정 절감 담보방안' 필요성을 강조했고, 당은 '4대개혁 중 첫번째 협상인 만큼 원만한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쪽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뿐 아니라 수차례 회의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던 한 회의 참석자의 전언대로 언쟁도 있었다.
지난 1일의 마지막 대책회의에서는 '국민연금 연계' 방안까지 논의됐기 때문에 청와대도 관련 사항을 알고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에게도 여야합의 발표 당일인 2일 새벽 설명을 했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합의사항 발표 뒤 청와대는 국민연금 부분에 대해 '월권'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대목에서 '실무'를 맡은 당이 주도적으로 협상권을 행사한 셈이고, 청와대는 뒤늦게 '딴 소리'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후방에서 지켜보는 청와대 맘대로 세상 일이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막말로 '재정 절감' 고집하면서 협상이 무산됐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합의안은 당이 마련한 개혁안보다 재정절감 효과가 크다"며 "나중에 싫은 소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청와대가 직접 협상을 하지 그랬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비주류로 구성된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종속되지 않고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청와대의 '통제'가 효력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류 친박계 서청원 최고위원이 "연금 개혁에 대해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합의내용을 알았다"고 불평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뒷북 반발'이란 비난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종합의 내용이 당청에서 조율한 것과 상이했다는 것이다. 애초 당으로부터 '대체율 50%를 목표로 논의해나간다'는 식으로 합의사항을 설명받았지만, '50%로 한다' 등의 단정적 표현으로 합의문이 구성됐더라는 얘기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실무기구가 낸 최종 합의문을 보고서는 '월권'이라고 이해했다고 한다. 사전 설명 내용과 사후 결과물의 수위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는 전날 청와대의 이같은 반응과 관련해 "공무원연금 개혁특위에서 공적연금의 법과 관련된 것을 다루면 월권행위라는 지적은 국회에서 볼 때 맞는 지적"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일촉즉발에 몰렸던 당청 관계가 이날 사실상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국민연금 논란의 전장은 당·청에서 여·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관련사항은 국민의 동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똑같이 내놨다.
당 관계자는 "4대개혁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런 점에 당이나 청와대가 공감하고 있는 게 확인됐고 일부 이견도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