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권혁(32)과 박정진(39), 필승조의 피로가 누적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연이은 등판으로 과부하가 걸린 탓에 구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화는 9일 두산과 잠실 원정에서 3-4 역전패를 안았다. 9회초까지 3-1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9회말 3점을 내주며 분루를 삼켰다.
믿었던 권혁이 무너졌다. 권혁은 9회 등판해 ⅔이닝 3피안타 1볼넷 3실점(2자책)으로 3패째(1승7세이브)를 안았다. 우익수 실책이 끝내기 실점의 원인이었지만 권혁이 두산 타선을 제압하지 못했다.
구위가 4월 한창 좋을 때와 달랐다. 정수빈의 2루타, 김현수의 희생타, 양의지의 안타, 김재환의 안타 등이 모두 방망이 중심에 맞아나간 정타였다.
3일 연투였다. 권혁은 7일 케이티와 홈 경기에 등판해 2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8일 두산 원정에서는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10-6 승리를 이끌었지만 9일에는 지키지 못했다. 이틀 동안 60개를 던진 권혁은 9일에도 17개를 던졌다.
권혁은 올 시즌 10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21경기에 등판했다. 32이닝을 던져 불펜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채웠다. 역시 사흘 연투한 박정진도 권혁과 같은 21경기에 등판했다.
불편한 징후는 기록에서 나타난다. 4월까지 권혁과 박정진의 피안타율은 각각 2할4푼2리와 1할8푼8리였다. 그러나 5월 피안타율은 3할이 넘는다. 권혁이 3할1푼, 박정진이 3할3푼3리다. 확실히 구위가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권혁은 8일 경기 후 연이은 등판에 대해 "정진이 형과 마찬가지로 힘들기는 하지만 팀이 이기는 상황이라 책임감과 정신력을 갖고 등판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근) 감독님도 조절해주시고 나도 힘들면 쉬기 때문에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본인도 느끼지 못하는 피로는 경기에서 드러나고 있다. 권혁의 3경기 연투는 세 번째였다. 한화가 믿을 만한 계투 요원이 부족한 때문이다. 윤규진(31)의 부상 복귀와 이적생 임준섭(26)의 필승조 합류 등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