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던 이완구, 檢 증거 있나

이완구 전 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수수 혐의로 논란을 빚어온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검찰 소환일자가 확정됐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전 총리를 14일 오전 10시 소환해 조사하기로 일정이 조율됐다고 12일 밝혔다.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 의혹으로 사실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고 총리직에서 사퇴한 지 17일만이며,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적시된 여권 실세들 중에서는 두 번째다.

이 전 총리는 첫 소환대상자였던 홍준표 경남지사와는 달리 검찰 소환조사가 다가와도 아직까지 어떤 해명이나 여론전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자택에서 칩거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 기간동안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이 전 총리에게 직접 3000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수사팀의 이 전 총리 소환 조사 역시 성 전 회장의 주장을 입증하는 쪽으로 맞춰질 전망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한결같이 이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첫 소환대상자인 홍준표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 지사의 경우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돈을 건네줬다는 중간전달자, 전 경남기업 임원 윤모씨가 생존해 진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전 총리의 경우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전 총리 역시 이같은 수사팀의 불리한 점을 십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초기부터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며 금품을 받은 사실은 물론 성 전 회장과의 친분마저도 부인하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과의 친분마저 부인하자 이를 반박하는 여러 자료들이 언론이나 SNS를 통해 제기됐지만, 수사팀의 객관적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잘 아는 이 전 총리로서는 '무조건적인 부인'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일 수 있다.

특별수사팀은 수사착수 시점부터 객관적인 물적 증거와 주변인들의 진술을 확보해 돈이 건네진 시점의 이 전 총리와 성 전 지사의 동선과 당시 행적을 완전히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 전 회장 승용차의 하이패스 자료와 운전기사, 보좌관들의 행적자료들, 이완구 전 총리의 전직 운전기사와 재선거 당시 선거캠프를 드나들던 지역인물들을 조사해 최대한 객관적인 상황 복원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특별수사팀이 복원해낸 당시 상황을 근거로 얼마나 이 전 총리측의 변론을 깨트릴 수 있느냐가 혐의 입증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전 총리측의 조직적인 증인 회유와 협박 사실을 입증하는 것도 수사팀의 또 하나의 카드다.

수사팀은 이미 홍준표 지사의 소환에 앞서 김모 전직 청와대 행정관을 소환해 돈의 중간전달자인 윤씨에게 거짓증언을 해달라고 회유했는지 강도 높은 조사를 한 사례가 있다.

수사팀 관계자도 "비협조를 넘어선 조직적인 수사방해 행위는 엄단에 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전 총리측의 증인 회유와 말맞추기가 홍 지사측의 그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정황은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CBS노컷뉴스의 12일자 보도([단독]이완구측, 성완종 방문날 있던 10여명 조직적 회유·말맞추기)에 따르면 이완구 전 총리측이 성완종 리스트 사태가 발생한 시점부터 사의를 표명한 당일까지 재선거 캠프 관계자들 10여명에게 조직적인 회유와 말맞추기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 측이 성완종 전 회장이 방문한 날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 대다수에게 말맞추기를 위해 광범위하게 접촉한 사실을 관계자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및 통화기록 분석 등을 통해 확인했다.

광범위한 증인 회유와 말맞추기는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수사팀이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가지고 이 전 총리를 압박할 경우 이 전 총리의 진술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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