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칸영화제 사대주의' 그늘

한국영화, 3년 연속 경쟁부문 진출 실패에 '위기론'…"균형 잡힌 시선 필요"

한국영화가 3년 연속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과연 그럴까? 영화 평론가 오동진 씨는 '칸영화제 사대주의'라는 표현으로 이러한 흐름을 비판했다.

제68회 칸영화제가 13일(현지시간) 개막해 24일까지 12일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아시아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지아장커(중국) 감독의 '산허구런', 허우샤오센(대만) 감독의 '섭은낭'이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한국영화는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동진 씨는 CBS노컷뉴스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못 나갔다고 비판하는 것은 올림픽에서 은,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에게 '왜 금메달 못 땄냐'고 질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꼭 경쟁부문에 나가지 않더라고 한국영화를 알리는 일은 어떤 경로든 바람직한데,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비평가 주간' 부문 등에 초청된 한국영화들이 있다는 것에서 성과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무뢰한'(감독 오승욱)과 '마돈나'(감독 신수원)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차이나타운'(한준희)이 비평가 주간에 초청됐다. '오피스'(감독 홍원찬)도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2012년 제65회 칸영화제에서 단편 '순환선'으로 비평가주간 카날플뤼스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은 칸영화제를 두 번 찾는 한국의 첫 여성 감독이 됐다.


오 씨는 "경쟁 부문이 기성 감독들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분야라면 주목할 만한 시선, 비평가 주간 등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새로운 트렌드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며 "칸영화제 측이 국내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없는 오승욱 신수원 한준희 감독 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방향성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고 본다"고 했다.

◇ "'할리우드 영화 편향성'과 '칸영화제 사대주의'는 같은 맥락"

오 씨에 따르면 칸영화제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하고 비중 있는 영화들이 모인다. 올해 포스터를 장식한 잉그리드 버그만을 비롯해 공식 포스터에 마릴린 먼로, 페이 더너웨이 등 옛 배우들을 등장시키는 것은 110년간 쌓아 온 영화적 정통과 전통을 지키겠다는 '순혈주의'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턱시도 등 드레스 코드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칸영화제는 상업적인 측면보다 영화 예술의 미학을 성취하겠다는 데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며 "임권택 박찬욱 이창동 감독 등의 작품을 칸영화제가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경쟁 부문에 오른다는 것은 시기나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를 한국영화의 부진과 연결짓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씨는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냐, 못했냐'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영화가 새로운 시대와 조응하고 있냐, 아니냐'라는 점에 전 세계 영화인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론토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부산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들이 많은데, 굳이 칸영화제 등의 경쟁 부문 진출을 논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편향성과 마찬가지로 칸영화제 사대주의로 봐도 무방하다"며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지켜 갈 수 있는, 시선 자체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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