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총기 난사'… 사격 통제관들 '다 도망쳐' (종합)

조교가 안전고리 연결여부 확인하지 않고 사격 실시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한 예비군 훈련장 총기 난사 사건 당시 현장 통제를 위해 배치됐던 3명의 장교가 모두 현장을 떠나 대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14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통제관 3명과 조교병사 6명이) 상황이 있었을 때 대부분 대피를 했다"고 말했다.

수사단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동원훈련을 받던 최 씨는 이날 오전 10시 37분쯤 실탄 사격을 시작했다.


과녁을 향해 1발을 쏜 최 씨는 갑자기 일어서 뒤쪽에서 다음 사격을 위해 대기하던 부사수 윤모(25) 씨를 향해 총탄을 발사했다.

이어 각각 2, 3, 5사로에 위치한 안모(26) 씨와 박모(25) 씨, 황모(23) 씨를 향해 총탄을 쏘는 등 모두 7발을 총을 쏜 뒤 자신의 이마에 9번째 총탄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사단은 최 씨가 다른 예비군 4명과 자신에게 8발의 총탄을 쏘기까지 10초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순간적으로 발생한 사건이긴 했지만 당시 현장에서 사격 상황을 통제하던 조교 6명은 물론 장교 3명까지 최 씨 제압을 시도하지 않고 모두 현장을 떠나 대피했다고 수사단은 밝혔다.

다만 중앙 지휘탑에서 사격 전체를 통제했던 6중대장의 경우 좌측 사로에서 사건이 발생하자 지휘탑 우측으로 잠시 대피한 뒤 1~2분 뒤 사건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수사단은 설명했다.

통제관과 조교가 모두 현장에서 대피해 최 씨를 제압할 인원 자체가 없었다는 것으로 만약 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범행을 이어갔다면 추가 희생자가 더 많았을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규정상에는 가해자를 제압하게 돼 있다"면서도 "순식간에 총탄 수발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맨손으로 총을 가진 사람을 제압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당시 통제관들은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지만 실탄은 지급되지 않았다고 수사단은 밝혔다.

이와함께 사건 당시 통제를 맡은 조교가 총기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안전고리와 총기의 연결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단 관계자는 "사단 규정에는 조교가 안전고리 연결 여부를 확인하게 돼 있는데 눈으로만 확인해 정확히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휘탑에서 방송을 통해 안전고리 연결 여부를 확인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담당 조교가 각 사로를 돌며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

20명이 한꺼번에 사격을 하는데 통제관과 조교가 9명에 불과했던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부대들이 자기 병력만 가지고 조교를 편성하다 보면 적은 수가 편성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 강동·송파 예비군 훈련장 내 사고현장인 예비군사격장에 당시 모습이 보존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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