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구가 활동에 들어가며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넘어 당 쇄신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지만, 이를 통해 계파 갈등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비주류 측에서는 벌써부터 혁신기구가 '들러리'에 그친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친노쪽에선 내년 총선에서 상당수준의 인물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어 당내 갈등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 초계파 '혁신기구' 역할.권한이 관건
문재인 대표의 미공개 메시지 전문이 유출되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후 지도부가 내놓은 처방은 별도의 혁신기구 구성이다.
계파가 모두 참여하는 혁신기구를 통해 공천 개혁, 인적 쇄신 등 당내 핵심 현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게 지도부의 생각이다. 이는 문재인 대표 측의 애초 계획과도 상당부분 일치한다.
하지만 혁신기구가 당장 순조롭게 구성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혁신기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 대표와 비주류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위한 모임)의 회동에서 공천혁신특위 구성을 제안한 유성엽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점에서 혁신책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혁신기구가 들러리만 서고 끝나면 상황을 모면하려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창당하듯 당의 골격을 재정립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의결권한이 주어져야 참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박지원 의원도 "혁신위의 구성과 역할을 명확하게 해야지 판단을 할수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지도부는 17일 오전 회의를 하고 혁신기구에 의결권을 줄지 등에 대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때 인적 쇄신 등을 포함한 '쇄신 로드맵'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인물"…호남 등 물갈이 예고
혁신기구가 꾸려진다고 해도 공천 쇄신안을 놓고 친노-비노 간 대립은 수그러들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표 측은 총선 승리를 위해 대폭적인 수혈이 필요하다는 보고, 상당수준의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혁신기구를 띄우려는 데에는 인적쇄신 기준에 대해 비주류의 동의을 얻어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다.
당장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현역 평가제다. 핵심 당직자는 CBS기자와 만나 "정치 신입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인하는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 등을 평가해 하위 일정 비율에 대해선 공천에서 탈락 시키는 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락하는 혁역 의원의 빈자리를 전략공천 등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교체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호남 지역에 대해선 인물 교체론에 강한 드라이브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표 측은 "호남의 민심이 호남 출신 의원을 우대하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서 내세우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4.29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이미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호남에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호남에서의 인물 경쟁력은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아울러 비주류 측에서 친노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해온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비율인 '국민 60%+당원 40%'을 손질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 참여비율이 높다며 비노측에서 문제 제기를 하니까 이 부분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공천 개혁 논의가 자칫 계파 갈등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천 개혁이 성공을 거둘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비주류의 동의를 얻는 '공천 룰'을 만들어야 할뿐더러 호남을 중심으로 한 일부 현역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 호남 의원들은 5.18민주화항쟁 기념식 이후 모임을 갖고 거취 문제 등을 포함해 논의할 예정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 친노 성향의 수도권 의원은 "여야를 떠나서 지금부터 올해 말까지는 계속 시끄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