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당초 지난주에 감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과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으로 관심이 줄어들자 은근슬쩍 발표를 연기했다.
국방부가 감사 결과 발표를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번 감사가 '셀프감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총장과 관련한 각종 의혹이 불거졌지만 나몰라라 하던 국방부는 최 총장이 스스로 감사를 자처하자 감사 범위를 '회계' 분야로 한정해 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 총장이 국방부에 제출한 회계 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1,000만원을 호가하는 오븐은 총장 주관 행사를 위해 공군회관 조리부가 요청한 것이며 돌침대 역시 350만원 짜리로 당초 의혹이 제기됐던 '초호와' 침대와는 좀 거리가 있다.
고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공금을 횡령한 것도 아니고, 절차를 준수해 구입했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문제 없음' 결론을 내려 최 총장에게 면죄부를 줄 경우 역시 셀프감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국방부의 고민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감사결과는 회계처리에 있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공군참모총장으로서 국민혈세로 마련된 공금을 펑펑 쓰는 것이 과연 옳은가하는 가치판단의 문제다.
특히, 고가의 집기 구입 등 공금 사용 문제 뿐만 아니라 최 총장 부인과 아들이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월권을 행사했다는 의혹 역시 공금관련 의혹 못지 않게 공분을 사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감사에 꼭 들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와함께 1,000만원짜리 오븐, 초호화 돌침대 등에 묻혀 크게 부각되지 않은 문제가 바로 최 총장이 미국 록히드마틴사(社)로부터 기증받은 F-35 모형을 전시한 대목이다.
전투기 모형 거치대 제작비만 3,000만원이라는 점도 놀랄 일이지만 아직 계약만 완료됐을 뿐 전력화까지 3년이나 남은 미국산 전투기를 집무실 앞에 전시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자체기술로 만든 T-50이나 FA-50 등도 있는데 굳이 아직 들여오지도 않은 미국산 전투기 모형을 수천만원을 들여 공군참모총장실 앞에 떡하니 전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군참모총장이 록히드마틴 홍보대사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모형 전투기 거치대 제작에만 3천만원이 들었다는 말에 나도 깜짝 놀랐다"면서 "감사 결과에 문제가 없더라도 어느 국민이 쉽게 납득하겠냐"고 말했다.
록히드마틴의 F-35 40대를 들여오는 F-X(차기전투기) 사업비는 모두 7조 3,418억원 규모다. 또 우리 군이 도입하기로 한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 구매 비용은 1조 5천억원 정도다.
여기다 록히드마틴의 수주가 유력한 KF-16 성능개량 사업,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록히드마틴이 컨소시엄을 맺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F-X(한국형 차기전투기) 등 록히드마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무기도입 사업의 총 사업비는 수십조원에 이르고 이를 운영하는 주체는 공군이다.
이처럼 록히드마틴 입장에서 우리 공군은 VVIP급 고객이지만 그동안 제대로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소위 '호갱' 대접을 받고 있다는 군 안팎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 총장은 록히드마틴의 작은(?) 선물을 낼름 받아 대한민국 공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참모총장실 앞에 전시하며 록히드마틴의 홍보를 톡톡히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신 전투기를 운용하게 됐다는 기대감에 모형을 전시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 공군참모총장으로서 사려깊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