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현영철 숙청' 공개, 청와대와 사전교감

국정원 (자료사진)
국정원이 첩보수준인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숙청 사실을 갑작스럽게 공개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9일 "국정원이 현영철 숙청설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보고를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건 빨리 알려서 북한 실상을 국민들이 실감하게 해줘야 한다'고 지시를 하면서 긴급하게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고 언론에도 공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보기관의 내부사정을 잘아는 관계자로부터 확인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정보위에서도 국정원의 비공개 현안보고가 갑자기 잡혔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에서 갑자기 일정을 잡는 바람에 위원장과 여야간사 그리고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 등 5명만 참석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5일 스승의날 기념식 축사에서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동과 북한 내부의 '극도의 공포정치'가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이 경악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국민 사이에 커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정원은 그동안 현영철 숙청설이 외국에서 먼저 공개될 우려가 있어서 공개하게 됐다는 입장이었다. 복수의 국정원 관계자는 '첩보수준'인 '현영철 숙청설을 서둘러 공개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우리만 북한 내부 정보를 파악하는 게 아니어서 외국기관이나 언론에서 먼저 공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국정원이 밝힌 이유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정보기관이 수집된 첩보를 분석해서 정책기관에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 외국의 언론과 속보경쟁을 하는 언론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

연세대 김계동 교수는 "국정원이 공명심이 큰 것 같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공개하면 소스가 자꾸 축적된다. 이전에는 이런 일을 알았더라도 직접 발표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관계자도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현영철 숙청 공개는 국정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청와대에 보고는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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