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싼 정액제에 약정 할인 VS 약정 할인 뺀 싼 요금제… '조삼모사 요금제'
KT의 3만원대 가족결합 요금제를 쓰는 박 모(28) 씨는 2만원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바꾸려다 말았다.
"가족결합 할인 3000원은 그대로 적용되지만 약정 가입 7000원 할인은 더이상 받지 못한다"는 KT 상담원의 얘기를 듣고서다.
2만 9900원에서 3000원 할인되더라도 부가세 3000원이 추가돼 '도긴개긴'인 셈. 게다가 제공되는 데이터는 '고작' 300MB에 불과하다. 기본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면 1MB당 20~21원의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이처럼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약정 요금 할인이 안된다. 엄밀히 말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기존 정액요금제에 약정 할인을 해주던 것을 처음부터 약정 할인 요금을 뺀 것"이다.
예컨대 월 3만 4000원짜리 정액제에 2년 약정 가입하면 실납부금액이 월 2만 7000원으로 할인된다. 반면 월 2만 9900원짜리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약정할인이 없어 실납부금액도 그대로 2만 9900원이다.
얼핏 보면, 밴드 데이터 요금제가 훨씬 싸 보인다. 그러나 '전국민 무한 85'는 2년 약정 가입하면 2만원 할인돼 6만 5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 10% 부가세는 별도다.
그러나 '밴드 데이터 80 요금제'는 약정 할인없이 똑같이 8만원이다. 10% 부가세도 물론 따로다.
데이터 양에 차이가 있다지만, '전국민 무한 85' 역시 12GB에 기본제공 데이터 소진 시 일일 2GB까지 LTE 속도로 이용 가능한 '사실상 무제한 요금제'로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두 요금제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만 5000원 수준에 '밴드 데이터 61'이 있다. 음성 무제한과 11GB에 일 2GB가 제공된다. 기본 데이터량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 축소 아닌 듯 축소한 '온가족할인' 혜택… 200원 더 내고 1GB 줄고
SK텔레콤은 또 가족가입연수를 합쳐 30년 이상이면 최대 50% 기본요금을 할인 해주던 '온가족할인'의 할인율을 30%로 줄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과거 50% 할인이라는 것에는, 약정 할인 20%와 온가족할인 30%를 합해서 50%였다"며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약정 할인이 이미 된 가격이므로 온가족할인 30% 혜택은 준 것이 아니라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도했건 안했건 계산 결과는 정말 '기똥차게' 통신사에게 유리하다.
기존 전국민 무한 85와 밴드 데이터 61은 제공량이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기존 85 요금제가 기본 데이터 1GB가 더 많다.
전국민 무한 85는 T끼리 온가족 30년 이상 가입되면 50% 할인으로 4만 2500원을 고객이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밴드 데이터 61이 T끼리 온가족 30년 이상이면 30% 할인으로 4만 2700원이다.
'200원' 더 내지만 기본 데이터는 1GB 줄어든다.
◇ 4~5GB 구간 데이터 중심 '없는' 요금제…299요금제도 VAT포함하면 3만원 훌쩍
허리 빠진 데이터 구간도 논란 거리다. 통신 3사는 낮은 요금제 순으로 데이터 300MB /1GB/ 2GB(SKT 2.2GB) 다음에 6GB로 훌쩍 넘어간다. SK텔레콤은 3.5GB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4~5GB 제공 요금제는 없다.
최저 2만 9900원짜리 요금제도 이통사들의 표현대로 '월 2만원대 요금제'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동통신요금에는 실납부금액에 10%의 부가세가 붙는다. 2만9900원 요금제에 10%의 부가세가 붙으면 3만 2890원이다.
국내 음성통화량은 2012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통신 3사가 어차피 돈안되는 음성을 무제한으로 풀어놓고 생색만 낸다"며 소비자들이 비난하는 이유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결국 장기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키고 통신사 배만 불려주는 '통신사 중심 요금제'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가계통신비용을 대폭 경감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