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좌초는 국내 야구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KBO 리그의 위상을 드높였던 류현진인 데다 올해 메이저리그(MLB)에 안착한 동갑내기 친구 강정호(피츠버그)와 맞대결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류현진의 수술은 오는 11월 개최되는 국제대회 '프리미어12'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잖다. 한국 야구가 대표팀 구성에 있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프리미어12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주관하는 국가대항전으로 세계 랭킹 12위까지 상위 국가만 참가하는 대회다. 2년마다 개최됐던 야구월드컵이 2011년 파나마 대회를 끝으로 폐지되고 만들어진 대회다.
WBSC는 20일 서울 양재동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기자회견을 열고 조 편성과 개막전 대진을 발표하는 등 대회를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종주국 미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강국과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이 참가한다.
무엇보다 투수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시즌을 치른 뒤 다시 전력을 다해야 할 일정이 생긴 것이다. 올해는 가뜩이나 경기 수가 늘어난 상황이라 더 힘에 겨운 대회다.
특히 류현진의 수술 소식에 선수들이 더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류현진은 각종 국제대회에 단골손님이었던 대표적인 선수다. KBO 리그는 물론 국제대회 참가가 류현진의 부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적잖은 것이다.
2006년과 2007년 KBO 리그에서 200이닝 이상을 던진 류현진은 도하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예선에 나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매년 비시즌 국제대회에 참가한 류현진은 2011년 데뷔 후 최소인 126이닝만 던졌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추가된 '프리미어12'는 KBO 리그 선수들, 특히 투수들에게 썩 반길 만한 대회가 아니다.
물론 국가의 명예가 걸렸다면 얘기가 다르다. 그러나 이미 아시안게임과 WBC 등의 기존 국제대회가 있다. 그래서 프리미어12의 전신인 야구 월드컵은 리그 정상급이 아닌 1.5군 선수들이 아마추어 선수들과 함께 출전했다. 여기에 프리미어12까지 출전한다면 대표급 선수들이 쉴 기회는 더 줄어들게 된다. 부상 위험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이 정예를 내보낼지는 미지수다. MLB가 주관하는 WBC가 엄연히 있는 상황에서 빅리그 구단들이 선수들의 출전을 막을지도 모를 일이다. 류현진을 비롯해 다르빗슈 유(텍사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등이 이미 부상을 입은 상황이다.
만약 빅리거들이 대거 출전한다면 해외 무대를 꿈꾸는 KBO 리그 선수들로서도 기회다. 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MLB나 일본 등 더 큰 무대로 나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짜배기 선수들이 빠진다면 KBO 선수들도 김이 빠진다.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KBO는 대한민국 선수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을 파견하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가능한 최선의 대표팀을 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의 위험이 있는 대회에 애국심만으로 대회 출전을 강요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류현진의 수술이 프리미어12에 어떤 나비 효과를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