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화 前 포스코 부회장 영장 기각…수사 차질?

檢,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검토중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3일 기각됐다.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횡령과 입찰방해 혐의의 소명 정도, 배임수재의 범죄 성립 여부나 범위에 대한 사실적·법률적 다툼의 여지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정 전 부회장에 대해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외 사업장에서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하청업체의 영업비와 현장소장에게 지급되는 현장활동비를 부풀리거나, 해외 영업현장의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등 세 가지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0여개 하청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전 부회장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으며, 이렇게 조성한 포스코건설의 비자금은 100억여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검찰은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64 구속기소)씨가 포스코건설 국내외 하청업체 선정에 개입하면서 이권을 챙기는 데 정 전 부회장이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정 전 부회장의 중학교 동창으로, 정 전 부회장은 물론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도 친분을 갖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장씨는 2010∼2011년 베트남 '노이바리-라오까이' 고속도로 건설공사 당시 하도급업체에로부터 하도급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공사 계약금의 3.5%인 약 15억원을 챙기고, 포스코건설 임원에게 고위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회삿돈 10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이 장씨의 청탁을 받고 박모(52 구속기소) 전 상무에게 낙찰을 받을 수 있게 해주라고 지시해 낙찰 예정 단가를 미리 알려주게 한 정황을 포착하고 입찰방해와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정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포스코 그룹 수뇌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로 넘어갈 예정이었던 검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 전 부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이어 포스코 그룹 2인자로 불려, 포스코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여부를 확인할 핵심 고리로 여겨져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 전 부회장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갈지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정 전 부회장 수사에 검찰이 자신감을 내비쳐온 만큼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최근 잇따라 포스코그룹 본사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본사에 대한 수사에 시동을 건 검찰은, 조만간 정준양 전 회장을 불러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는지, 이명박 정부 실세들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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