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 무대 오른 '카트' 작가 "'고용'은 이념 아닌 '생존'"

영화 부문 시나리오상 김경찬 작가 "비정규직 응원하는 마음으로 주신 상이라 생각"

"이 상은 제 시나리오가 아니라 비정규직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주신 거라 생각한다. 고용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제발 같이 좀 삽시다!"

26일 서울 회기동에 있는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무대에 오른 김경찬 작가의 수상 소감이다.


이날 영화 부문 시나리오상을 받은 카트는 한국 사회를 휘감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첫 상업영화다.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이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무겁지 않게 그리고 있다.

스크린에 비친 대형마트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외주용역으로 돌려 버린다. 그 와중에 들려 온 "문제 있으면 법무팀에 문의해요"라는 한 간부의 말은 마치 '법은 우리 편이니까 아무 걱정 마'라는 선언처럼 느껴져 섬뜩한 느낌을 준다.

아침마다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최면 같은 구호를 외쳐 온, 각기 다른 이유로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가 된 여성들의 꿈은 정규직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벗어나 자식들 급식비나 수학여행비 마련할 걱정도, 가스비 전기세 수도세 낼 걱정도 덜 수 있을 테니까.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려 생계를 잇지 못할 처지에 놓인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람대접 해달라" "함께 살자"고 외치는 일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마트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다. 하루면 끝날 거라 믿었던 점거농성은 법과 공권력, 그리고 언론매체를 등에 업은 사측의 버티기로 장기화된다. 사측은 "아줌마들이 해 봤자지"라며 그들을 마치 투명인간처럼 취급하고 지쳐서 나가떨어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을지도 모를 서로의 살아 온 이야기에 귀기울이면서 농성장을 해방구로 탈바꿈시킨다. 고도로 분업화되고 규격화된 일터에서 앵무새처럼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던 때는 볼 수 없던 웃음꽃이 그들의 얼굴에 피어난 것도 그러한 이유였다.

카메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된 마트 정규직 노동자들의 합류, 농성장에 발이 묶인 가장의 부재 탓에 막막해진 생계를 잇고자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자식들의 처지까지 비추며, 이것이 단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부각시킨다. 고용불안이 일상이 된 이 시대에 노동 문제는 특정 부류가 감당해내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이 걸린 화두로 떠올랐다는 점을 들춰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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