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들은 향후 30년 안에 샌 안드레아스 단층에서 규모 9의 대지진을 일컫는 '빅원(Big One)'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진 규모 9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3만 개가 동시에 폭발하는 위력과 맞먹는다.
이 단층의 이름을 그대로 딴 할리우드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역사상 가장 강한 것으로 기록된 지진을 소재로 삼았다. 네바다 후버 댐의 미확인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가 샌 안드레아스 단층까지 퍼지면서 엄청난 충격이 미 서부를 뒤흔든다는 설정이다.
27일 서울 행당동에 있는 CGV 왕십리점에서 열린 언론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이 영화가 주목 받은 데는 현실성이 크게 작용한 분위기다.
지난 3월 미국 지질학 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앞으로 30년 동안 규모 8 이상의 지진과 그에 따른 지층 파열 등의 재난에 빠질 위험성이 높다.
2011년 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 2014년 규모 8.2의 칠레 지진, 같은 해 규모 4.2의 LA 지진, 2015년 규모 5.7의 캘리포니아 지진과 규모 7.9의 네팔 지진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다.
영화 샌 안드레아스는 대규모 재난의 처참함은 물론 그 안에 놓인 인물들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객들이 단순히 사건을 목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관점에서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사실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연속 촬영으로 붕괴되는 건물을 헤치고 나가는 순간을 등장인물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등 스턴트와 세트장, 현장 촬영을 통해 카메라에 많은 것을 담으려 애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중심에는 '가족애의 화신'으로 불러도 무방할 LA 소방구조대 헬기 조종사 레이(드웨인 존슨)가 있다. 규모 9.6의 강진이 발생한 뒤 레이는 사이가 소원해진 아내와 함께 열아홉 살 외동딸을 구하기 위해 최악의 상황 속으로 뛰어든다.
영화는 대재앙에 맞서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갈림길에 선 이들의 모습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등장인물들은 인간적 생존 본능의 시험대에 오른다. 가족 등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전하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 후대를 위해 이기심을 버리는 어른들의 희생은,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과 겹쳐지면서 깊이 있는 감동을 전한다.
액션 전문 배우로 널리 알려진 드웨인 존슨의 감정 연기를 접할 수 있는 점도 볼거리다. "날 믿어" "약속해" "꼭 찾아올게" 등 그가 전하는 대사는 믿음에 대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6월 4일 개봉, 114분 상영,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