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당하는 '호남 물갈이'…왜?

김상곤發 혁신, 대대적 인적쇄신 시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호남 물갈이론'이 또다시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당장 6월 초 출범할 혁신기구에서 '호남·486 물갈이·중진의원 용퇴론' 등이 자연스레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호남發 쓰나미 호남 물갈이론…'혁신기구' 과제로 부각

혁신기구 김상곤 위원장 (윤창원 기자)
혁신기구 김상곤 위원장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물갈이론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당원 구성과 지지층의 구성이 젊어지고, 활력 있게 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광주 출신이라는 점도 위원장이 되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 지역 사람보다는 호남 출신이 칼을 댈 때 개혁 과정에서의 갈등을 줄이고 명분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당의 혁신을 위해서라면 40%대의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호남 물갈이론이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호남 물갈이론은 새정치연합의 경우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개혁 과제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전남 순천 곡성 지역구에서 당선된데 이어 최근 4·29 재·보선에서도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조영택 후보를 22%p차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호남 민심은 더 이상 2번에 대한 ‘묻지마 투표’가 통하지 않고 있다. 이번에 천정배 의원이 출마를 하지 않았다면 새누리당 정승 후보가 당선됐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이번 재보선 패배로 다른 어떤 지역보다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력하다. 호남 지역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호남 정치, 특히 광주의 경우 우리 정치의 중심에 호남이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지역 의원들이 당 내 존재감도 없고, 이슈를 주도하거나 개혁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아니라 호남에서 안주하려 한다는 지역민들의 인식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 선거때 마다 등장하는 '호남 물갈이'…왜?

호남 물갈이론은 사실 매번 총선때마다 등장했다. 최근 16대, 17대, 18대, 19대 총선에서 호남 현역 의원의 상당수는 공천 칼바람의 대상으로 내몰렸다.

호남이 상대적으로 당선이 쉬운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해당 지역 의원들이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지역에만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정치연합의 심장부면서 호남에서 변화의 바람이 시작될 때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기 때문에 호남 물갈이론이 항상 떠오르는 것이다.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은 호남지역 현역의원 1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0명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2008년 18대 총선은 박재승 변호사의 공천 개혁바람을 타고 호남 현역의원 45%의 물갈이가 진행됐다.

19대 총선에서도 공천 심사 과정에서 50%의 물갈이가 진행됐다. 이 때, 호남중진 차출론으로 지역구를 서울로 이전한 인사들 중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은 정세균 의원이 유일할 정도로 호남물갈이는 호남 의원들에게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두려움의 존재다.

김효석,정동영 의원 등 당 내 호남 중진 의원들이 서울에 출마를 했다가 대거 19대 진입에 실패하기도 했다.

◇ '호남'의원들 반발…긴장감 높아져

이처럼 선거 때마다 개혁 대상으로 거론되는 호남 물갈이론에 이 지역 의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그렇게 획일적으로 호남출신, 또는 486, 이렇게 했을 경우에는 또 다시 혼란이 올 것"이라며 "국민이, 당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혁신공천, 그리고 현역 의원의 물갈이는 필요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 켠에서는 현재의 호남 민심은 문재인 대표에 대한 반감때문이라는 항변도 나오고 있다. 현 지도부의 책임을 호남 의원들에 떠넘긴다는 반박이다.

유성엽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지도부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놔야 할 때 칼날을 휘둘러 호남 의원들을 인위적으로 물갈이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라며 "호남 물갈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국은 '인적쇄신'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새정치연합은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들에 대한 평가제 도입 등을 구상하고 있는데 결국은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당원이나 의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호남 물갈이가 없으면 혁신이 될 수 없다"면서도 "호남 물갈이를 하기 위해서라도 당선 횟수라는 단순한 기준보다는 재공천률 등을 기준으로 하는 정교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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