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당착 빠진 '냉부',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갈 때

JTBC 측 "요리로 셰프 자질 논란 불거진 것, 프로그램 의도와 안 맞아"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맹기용 셰프. (방송 캡처)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가 뜨거운 감자가 됐다.

방송 며칠 째,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시청자 게시판은 맹기용 셰프의 하차를 요구하는 이들로 들끓고 있다.


논란은 지난 25일 '냉부'에 첫 등장한 맹기용 셰프의 요리로부터 시작됐다.

맹 셰프가 이날 방송에서 만든 '맹모닝'은 꽁치통조림을 이용한 샌드위치와 김치로 만든 한국식 코울슬로로 구성됐다. '맹모닝'을 맛본 냉장고 주인, 힙합 듀오 지누션 멤버 지누는 '비린내를 못 잡았다', '김치 군내가 난다' 등의 평가를 했다.

방송 후, 맹 셰프에게는 시청자들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먹을 수 없는 요리를 내놓은 그가 과연 셰프로 '냉부'에 출연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었다. 그간 15분 안에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았던 셰프들과의 비교도 이어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제작진을 향해 요리 실력이 아닌, 외모에 치중한 섭외가 아니냐는 쓴 소리를 던졌다. 그의 출연이 PPL(간접광고)과 관련이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JTBC 측은 CBS노컷뉴스에 "아직까지 맹기용 셰프에 대한 하차 논의나 계획은 없다. 촬영된 녹화 분도 그대로 방송될 것이고, 앞으로 10인의 셰프에 속해 로테이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후 이 같은 논란 방지를 위해 어떤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냉부'는 요리나 경연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식 셰프가 아닌 출연자들도 나오는 것"이라면서 "요리로 셰프 자질 논란이 불거지고,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 의도와는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후 취재진은 맹 셰프의 자세한 섭외 과정을 듣기 위해 제작진에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등장한 '맹모닝'의 꽁치 샌드위치. (방송 캡처)
15분 안에 기발한 발상으로 탄생한 맛있는 요리. '냉부'에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중점 요소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요리 능력자들의 현란한 기술과 입담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을 눈으로 맛보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냉부'와 셰프의 요리 실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JTBC 측의 말대로 '냉부'에 출연하는 모든 셰프들이 실제 조리사 자격증이 있는 셰프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몇 차례 대결을 통해 시청자들로부터 정식 셰프에 뒤지지 않는 실력임을 인정받았다. 김풍 작가, 박준우 기자, 배우 홍석천 등이 그런 출연자들이다.

본격 경연은 아니지만 불꽃튀는 셰프들의 요리 대결 역시 중요한 재미 요소 중 하나다. 똑같은 냉장고 속 재료로 두 명의 셰프가 요리를 만드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각자의 요리방식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탈락과 합격이 결정되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아닐지라도 비슷한 능력을 갖춘 이들이 대결을 펼쳐야 재미있는 구도가 나오게 된다. 맹 셰프의 등장을 시청자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의 출연을 기점으로, '냉부'의 본질적 재미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생겨났다.

단 한 번의 출연 만으로 맹 셰프의 실력을 모두 가늠하기에는 어렵다. 시청자들이 모두 그를 주목하고 있는 지금, 논란을 불식할 만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만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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