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대해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개정안을 정부에 송부하기에 앞서 개정안을 면밀히 검토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는 '면밀 검토' 요구를 무릅쓰고 법안이 그대로 정부에 송부되는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구조로 이해됐다. "여러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김 수석의 발언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이견이 있는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는 헌법상의 고유권한이다. 현재로서는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여부는 '반반'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 야합'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라면 결행할 수도 있다. 김 수석은 "본질에서 벗어나 국민연금을 연계시키더니 법인세 인상, 복지부장관 해임 건의안, 나중에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까지 연계시켜 위헌 논란 국회법 개정까지 요구한 것은 민생 외면"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 과정이나 결과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홍보수석 브리핑에서 '정치적 이익 챙기기'로 규정한 걸 보면, 청와대가 여의도에 대해 일말의 신뢰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명분없이 거부권 행사에 돌입하는 경우, '대통령의 신경질'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와대가 내세운 '삼권분립 위배론'은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안이 정부의 행정입법 전체를 규제하는 게 아니라, 모법에 위배되는 시행령 등 '법령의 하극상'을 개선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거부권 행사는 특히 여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 선언이나 '길들이기'로 곡해될 수 있다. 이번 협상 당사자는 유 원내대표였고, 그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한 게 김무성 대표였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31일로 예정돼 있었던 당정청 회동을 무기한 연기한 상황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총선을 고작 1년 앞둔 시점에 청와대와 '비박계 지도부'간 갈등이 재연된다면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행여 지도부 불신임 시도가 생긴다면, 청와대가 총선 공천권을 놓고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얘기가 된다. 당 안팎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거부권 행사가 "다 양보하고 국회법 하나 얻었다"는 야당을 향해 "단 하나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비쳐질 수 있어, 향후 국정운영에서 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울러 막상 거부권 행사의 결과가 '청와대 패배'로 귀결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과반 출석에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되는데, 이 법안은 이미 29일 새벽 본회의에서 211명이라는 압도적 찬성자 수를 확보했다.
국회 관계자는 "1차 의결 때와 달리 재의결은 무기명 투표를 한다. 익명성에 숨은 의원들이 청와대 편이든 반대편이든 몰릴 수 있다"면서 "그런데 청와대 반대편으로 의원 다수가 몰린다면 청와대는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