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에 주목한 배우들 "오랜 기다림…끝까지 간다"

촬영 마친지 2년 만인 25일 개봉 앞둬…제작보고회서 베일 벗은 '캐릭터 열전'

배우 유해진(왼쪽)과 윤계상이 2일 오전 서울 을지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소수의견'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 없는 '용산참사'를 상기시키는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 제작 ㈜하리마오픽쳐스). 이 영화가 촬영을 마친지 2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다.

누군가의 생존권이 또 다른 누군가의 이권이 되는 모순 가득한 세상에서, 이 영화는 "우리 시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법은 누구의 편인가?" "양심과 정의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긴장감과 재미를 품은 흥미로운 법정드라마로 빚어냈다.

그 중심에는 치열한 법정 공방전을 펼치는 치밀한 캐릭터들이 자리하고 있다. 2일 서울 을지로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극중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국가 상대로 진실 캐내는 젊은 변호사 '윤진원'

배우 윤계상(사진=황진환 기자)
지방대 출신으로 학벌도 경력도 후진 2년차 변호사 윤진원은 철거 현장에서 경찰을 죽인 철거민의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된다. 그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검찰에 맞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피고의 편에 서서 끝까지 진실을 지키고자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법의 역할에 대해, 변호인으로서의 소명에 대해 더 큰 깨달음을 얻으며 성장한다.

윤진원 역을 맡은 윤계상은 "시나리오의 힘을 믿었기에 소수의견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앞장서는 모습이 우리 영화의 모습이지 않을까"라며 "대단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약자 편에 서려는 진원의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윤계상은 "극중 변호 장면에서 막힘 없이 하려고 법정 용어를 많이 연습했고, 찍으면서도 굉장히 집중했다"며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경영 선배님이 연기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의경 살인 혐의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 씨가 타협하고 재판을 멈추려는 모습에 '만약 지더라도 2, 3심, 헌법재판소까지 가셔야죠'라고 설득하는 장면이다. '끝까지 간다'는, 우리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로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뛰어든 이혼전문 변호사 '장대석'

배우 유해진(사진=황진환 기자)
장대석은 운동권 출신이지만 학창 시절의 드높았던 정의감은 버려둔 채 이혼전문 변호사로 살아간다. 그는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없는 국선변호인인 후배 윤진원의 "명의를 빌려달라"는 요구에 갈등하다가 국가배상청구소송에 뛰어든다. 그 뒤로 법이 원래 목표로 했어야 할 정의와 진실의 편에 다시 선다.

장대석으로 분한 유해진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가 영화화 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소수의견을 선택했다"며 "무거울 수도 있는 영화 분위기를 위트 있는 연기로 환기시키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계상 씨보다는 덜하지만 법정 공방 신을 하면서 용어들이 생소해 입에 잘 붙지 않더라"며 "영화 '변호인'의 송강호 선배가 원 테이크로 갔을 장면을 저는 열댓 테이크로 찍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해진은 곽경택 감독의 '극비수사'에도 출연했는데, 이 영화가 소수의견보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다. 이에 대해 그는 "극비수사에서 유괴사건을 해결하려 애쓰는 도사와 소수의견의 변호사는 소신을 갖고 사건을 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 진실을 파헤치고자 애쓰는 사회부 기자 '공수경'

배우 김옥빈(사진=황진환 기자)
기자 공수경은 철거현장에서 벌어진 두 죽음의 진실에 의문을 품고 국선변호인인 윤 변호사에게 처음 문제를 제기한 장본인이다. 언론은 보호 받아야 할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진실의 메가폰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공수경. 그는 외압에 굴하지 않고 두 변호인과 함께 끝까지 달려간다.

극중 공수경을 연기한 김옥빈은 "소수의견이라는 제목 자체에서 강렬함을 느꼈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자 역할도 저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며 "옷도 수더분하게 입고 메이크업도 옅게 해 기자라는 직업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애썼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공수경의 실제 모델이 된 여기자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분과 만났을 때 많은 것을 물어봤고, 가장 궁금했던 점이 '왜 기자의 길로 들어섰는지'였다"며 "그러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영화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영화를 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 드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소수의견을 하면서는 자연스레 녹아나는 길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 권력의 편에서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장검사 '홍재덕'

배우 김의성(사진=황진환 기자)
홍재덕은 '홍프로'라는 명성을 얻을 정도로 정치권이 개입된 난제 사건에서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검찰청의 에이스 부장검사다. 권력 최상부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갖은 수법을 구사하는 권력의 충실한 파수꾼인 셈이다. 그는 익을 대로 익은 베테랑다운 수완으로 변호인단을 압박한다.

홍재덕으로 분한 김의성은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홍재덕 검사라는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다"며 "남들이 볼 때 옳지 않은데도 스스로 옳다고 믿으며 일그러진 신념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부각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재덕 캐릭터는 주류 사회에서 잘 나가고 주류의 의견을 충실하게 대변하지만, 옆에서 보면 굉장히 비뚤어진 사람"이라며 "그 인물을 연기하는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없으니, 그의 신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우리 영화가 오랫동안 관객과 만나지 못해 안타깝고 속상했지만, 막상 개봉을 앞두니 기대된다"며 "많은 분들이 소수의견을 보시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대한민국 전체의 눈이 쏠린 국민재판의 지휘자 '재판장'

배우 권해효(사진=황진환 기자)
증인만 60명에 총 공판기일 3일. 영화 속 재판장은 일반 형사재판 비용의 80배가 드는 국민참여재판의 총 지휘자이자 판결의 책임자다. 감정에 휩쓸리기 쉬운 배심원들을 고려해 공평무사한 재판으로 이끌려 애쓰지만, 최종 판결의 향방은 알 수 없다.

재판장을 연기한 권해효는 "그동안 맡았던 역할이 옆집 형 같은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단단한 인물"이라며 "소수의견의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작품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 영화는 재밌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며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는 데 있어 소수의 의견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 법의 공평한 적용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우리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울다가 웃겨라' '웃다가 울려라' 식의 한국영화가 범람하는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큰데, 늦게 도착한 소수의견은 오랜만에 다른 결을 지닌 좋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