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데리고 어떻게 장 보나" 오프라인 '울상' 온라인 '특수'

중국인 관광객도 손 소독제 구입…명동 화장품 로드샵 매출 30배 증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대응 단계를 '주의'로 유지키로 한 지난 2일 오후 서울 명동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관광을 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공포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 시장 매출이 늘었다. 반대로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시장은 매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한 인터넷 육아 카페에는 장 보기는 커녕 택배 받기조차 꺼려진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사망 사례가 이어지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기 전염을 주의하라는 경고까지 했다는 얘기가 오가면서, 아이를 데리고 시장에 가기가 두렵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두 살짜리 아이를 둔 주부 송혜원씨는 "메르스가 면역력이 약할 사람에게 치명적이라고 하니 아이를 데리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안 갈 것"이라면서 "급한 게 아니면 온라인으로 장을 보면 된다"고 했다.

송씨처럼 어린 자녀를 둔 30대 여성들은 물론, 임산부에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들까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꺼리면서 온라인 쇼핑몰은 특수를 누리는 분위기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첫 감염자가 나온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전후 12일을 비교한 결과 라면 판매량은 18%, 즉석밥과 즉석국 등 즉석식품의 판매량은 11%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산 돼지고기(97%)와 쇠고기(79%),닭고기(22%) 등 신선식품 매출도 늘었다.

반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시장은 매출에 메르스 불똥이 튀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두 달간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매출이 이번 사태로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아직은 방문 고객 수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태가 어떻기 진행되느냐에 따라 매출 급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더 진전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매장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위생과 청결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는 쪽은 면세점 업계다. 주 고객인 외국인 관광객이 메르스 여파로 한국 여행을 잇따라 취소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 이미 명동 등 중국인 관광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마스크를 쓴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의 한 화장품 로드샵에서는 손 소독제 판매량이 전주 대비 30배 이상 증가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명동점의 8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인데, '핸드 앤 네이처 세니타이저 겔'이 이 정도 매출 신장을 보인 데는 중국인 관광객이 과거와는 달리 손 소독제를 구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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