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선행지표인 주식시장은 벌써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항공, 관광, 레저, 유통 분야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고, 화장품 같은 제조업도 타격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밀집지역에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소비활동 둔화와 직결된다. 특히 2분기 들어 그나마 판매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은 또 다시 고객이 줄어들까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 메르스 조기에 못잡으면...정부 경제대책 '리셋' 될수도
야외활동과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 소비위축과 내수부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주식시장에 이어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분기는 우리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인식돼 온터라, 메르스로 인해 경기회복세가 주춤할 경우 자칫하다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아직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황에서 전염병이라는 새로운 불안 요인이 나타나면, 불안심리가 크게 높아지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경기 측면에서라도 방역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해 지금이라도 메르스 불안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메르스를 조기에 잡지 못할 경우, 지난 1년 동안 경제를 살린다며 발표한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이며,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 등 각종 내수 진작 대책들이 한번에 ‘리셋’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처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준비 중인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들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3일,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계 부처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메르스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경제정책방향을 총괄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해야 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 국내에 없다. 최 부총리는 2일 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로 출국했다. 5일에는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한국경제설명회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오는 7일에야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 2003년 사스 사태 때는 고건 국무총리가 전체 컨트롤 타워를 맡아, 국내에서는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이 전염병을 막아냈다.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칭찬까지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메르스 대응을 총괄 지휘해야할 국무총리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최경환 부총리는 국무총리 직무대행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전 부처의 역량을 결집해 메르스 대응을 위한 컨트롤 타워에 앉아도 부족할 그는 메르스 발생 2주 뒤에야 뒤늦게 관계장관회의를 한 차례 소집한 뒤, 바로 출국길에 올랐다.
정부가 메르스 확산에 제대로 대응을 못해 그 불안이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경제팀 수장이 한국에 투자를 요청하는 한국경제설명회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가 굳이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해외 출장을 나가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