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칼럼니스트 김형호 씨는 3일 CBS노컷뉴스에 "메르스 확산의 영향으로 6월 영화 관객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 전월 대비로는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이달 영화 관객 하락세의 결정적인 근거로 꼽은 것은, 지난 2009년 6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플루 경보를 최상위 6단계인 '대유행'으로 격상한 시점의 극장가 흐름이다.
김 씨의 분석에 따르면 2009년 6월 관객수는 전월(2009년 5월) 대비 19.7%나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10년간 통계를 봤을 때 두 번째로 큰 감소율이다. 전년 동월(2008년 6월)과 비교했을 때도 8.9% 하락으로 역대 세 번째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는 "6월을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의 출발점으로 봤을 때, 2009년 6월은 비수기로 꼽히는 봄시장(2009년 3~5월)과 비교해도 관객이 19.7%나 하락해 역대 두 번째 감소율을 보였다"며 "지난 10년간 흐름에서 2009년 6월의 흐름은 이례적인 것으로, 봄시장의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전월과 전년 동월 대비 모두 높은 수준으로 감소한 때"라고 설명했다.
◇ 올 5월까지 상영작 양극화 심화…"메르스, 한국영화에 더 큰 타격"
김 씨가 들여다본 올해 박스오피스는 5월까지 누적 관객수 8086만 70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만 9500여 명이 늘었다. 이는 지난 10년 통계로 봤을 때 2013년 1월부터 5월까지 8094만 6028명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는 "지난달 국적별 점유율은 외국영화 68.5%, 한국영화 31.5%로 외화가 관객 증가세를 견인했다"며 "한국영화 점유율은 지난 10년간 역대 네 번째로 낮았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5월과 봄시장은 더 많은 관객을 모았지만, 전년보다 100만 관객 이상 영화가 20편으로 2편 더 많고 50만 관객 이상 영화가 29편으로 2편 줄었다"며 "이는 결국 중하위권 영화들이 받쳐 주지 못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양극화 현상의 심화가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스 직격탄은 외화보다 한국영화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김 씨는 내다봤다. "6월 관객수가 전년·전월·봄시즌보다 감소할 때마다 한국영화의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더 컸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극장가 봄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시장 축소는 최상위권 영화보다는 중하위권 영화에 큰 타격을 주는 '딜레마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메르스의 영향으로 사람 많은 곳에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영화 관객이 감소할 텐데, 이는 결국 특정 영화에 관객이 더 몰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