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사퇴 파상공세…유승민 '협상재개' 시사

꽉막힌 당청…당정청회동도 불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 간 소통부재로 갈등이 잇따라 노출되자 부실한 당청 소통시스템이 비판의 도마위에 올랐다.

28일 밤 국회법 개정안 처리과정에서 당청간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빚어진 당청갈등은 지난 2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명기를 둘러싼 당청간 논란의 재판이다.

28일 밤에 드러난 당청 소통부재의 핵심은 '국회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으니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미루더라도 처리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지도부 정확히 말해 유승민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법안 처리과정에서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생각하는 청와대는 격앙된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고 청와대는 당 지도부와 일체의 대화가 무슨 소용이냐며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당정청 회동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대화무용론까지 거론하는 실정이다. 3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청회의를 열어 메르스 등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결의했지만 그것마저도 제대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

친박계의 유승민 비토분위기도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2일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이 사퇴를 거론한데 이어 3일에는 당 지도부의 일원인 친박계 모 의원은 "야당이 요구한다고 전부 들어주고 가져와서 얘기하고 앞으로 수만가지를 다뤄야 하는데 원내대표가 정부하고는 등지고 왜 우리가 청와대를 따라야 하느냐는 사고방식이 어디있냐"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런 발언의 기저에는 유 원내대표가 여러가지 사안의 처리과정에서 청와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 국가운영은 물론 여권의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의 의견이 주요 쟁점법안처리 과정에서 무시되기 일쑤라는 비판인 셈이다.

반면 유승민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사안의 심각성이나 중대성을 감안해 최소한 당내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서 법안을 처리해왔다는 점에서 억울해하고 있다. 지난 28일 밤 상황에서도 최대쟁점이었던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위헌소지 부분에 대한 찬반토론이 있었고 관련 내용이 충분히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98조 해당조항의 위헌소지를 지적하는 의견이 일부제기됐지만 그보다 많은 '위헌이 아니다'는 주장이 제기됐었고 지도부로서는 이를 토대로 법안처리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청와대 요구를 듣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그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다. 그건 이병기 실장하고 저하고 통화한 데서 나온 이야기인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박계 의원들 역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했지만 당시 법안처리를 적극적으로 막는 수준에 까지는 이르지 못해 '뒤늦은 반발'이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친박계와 같은 뿌리지만, 김무성 대표와 함께 당의 신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소통도 하고 나름대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법안처리를 결정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에만 신경을 쏟은 나머지 여권의 중심축이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는 정무적 판단까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취임후 사드나 담배세 등 여러가지 사안에 걸쳐 청와대와 대립하는 의견을 내온 것이 사실"이라며 "원내대표는 개인의 소신도 있지만 전체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침묵을 지켜오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3일 당청충돌과 관련해 입을 뗐다. 그는 "야당과 국회법 문제를 얘기해 볼수는 있지만 국회표결이 끝나 야당이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여튼 야당과 협상을 재개하면 여러가지로 이야기해보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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